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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왕설래

    예측불허 콘클라베

    콘클라베(conclave)는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추기경단 비밀회의다. 라틴어의 cum(함께)과 clavis(열쇠)의 합성어인 ‘쿰 클라비’(cum clavis)에서 유래했다. 바티칸궁 시스티나 성당의 ‘열쇠로 잠근 방’에서 80세 미만 추기경 전원이 후보이자 유권자가 돼 3분의 2 이상 찬성이 나올 때까지 무기명 투표를 반복한다.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비밀에 부친다. 교황이 선출되면 성당 굴뚝에 흰 연기를, 선출이 무산되면 검은 연기를 피운다. 지난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절차가 끝나자, 267대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 일정이 내달 7일로 확정됐다. 외신들은 “교황 후보군이 20여 명에 이른다”며 “바티칸의 복도와 식당, 정원 등지에서 은밀한 논의와 로비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에는 ‘교황으로서 콘클라베에 들어가는 사람은 추기경으로 나온다’는 속담이 있다. 교황 후보로 거론되다 들어간 사람은 교황이 못 되고 추기경 신분으로 나온다는 뜻이다. 실제로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도 초반에는 유력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다. 차기 교황 유력 후보로 여러 명이 거론된다. ‘교황청 2인자’인 국무원장을 맡고 있는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탈리아), 보수 진영을 이끄는 게하르트 뮐러 추기경(독일)·페테르 에르되 추기경(헝가리), 가톨릭 신자가 8000만명에 달하는 필리핀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 등이 대표적이다. 이탈리아 최대 일간지가 차기 교황 후보군 12명에 우리나라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의 이름도 올려 기대를 갖게 한다. 이번 콘클라베는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크다. 추기경 135명을 대륙별로 보면 유럽 53명, 아시아 23명, 북미 20명, 아프리카 18명, 남미 17명, 오세아니아 4명이다. 아르헨티나 출신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프리카·남미 등 비서구 출신 추기경을 골고루 임명해서다. 2013년 콘클라베 때는 유럽 출신 비중이 과반이었다. 추기경 10명 중 8명이 콘클라베 첫 참가라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운다. 첫 아시아·아프리카계 교황 선출 가능성도 흘러나온다. 누가 차기 교황이 될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설왕설래] 예측불허 콘클라베
    예측불허 콘클라베
  • 데스크의 눈

    대통령 집무실 이전, 최선입니까

    제21대 대통령은 어디에서 업무를 시작할까. 아무래도 현재 용산 대통령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6·3 조기 대선 다음날 임기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청와대를 떠나 용산 시대를 연 윤석열 전 대통령이 밉고, 비상계엄·탄핵 정국에서 노출된 보안·경호 우려가 커도 대통령 집무실을 옮길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 이 같은 현실적 제약은 주요 대선 후보들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용산을 우선 쓰면서 신속히 청와대를 보수해 들어가는 게 좋겠다”고 했고 국민의힘 한동훈 경선 후보는 “6월4일부터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는데 용산에 안 들어갈 건가”라고 반문했다. 청와대(국민의힘 안철수·홍준표)와 정부서울청사(개혁신당 이준석)를 거론한 후보도 있다. 이참에 대통령 집무실을 세종시로 옮기자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 효율성과 균형발전이 주된 명분이다. 대통령실이 세종에 있으면 대통령실·국회와 업무 협의를 위해 서울 출장이 잦은 ‘길국장’, ‘카톡과장’을 최소화할 수 있다. 굵직한 국내외 행사 개최와 VIP 방문 등은 지역 사회·경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현행법상 2027년까지 세종시에 제2의 대통령실·국회의사당을 지어야 한다는 점에서 일견 합리적이다. 대통령 집무실 후보지마다 장단점은 있다. 하지만 결정 전 따져봐야 할 요건이나 거쳐야 할 과정도 존재한다. 우선 매몰비용.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대통령실·관저 용산 이전 작업에 투입된 국가예산은 832억1600만원이다. 합동참모본부 이전·신축 사업비는 2418억원이다. 개방된 청와대 예산 1051억3000만원까지 합치면 용산으로 이전에 든 명목상 혈세만 4300억여원이다. 집무실과 관저·비서실의 거리도 따져봐야 할 요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 집무실이 아닌 관저에 있던 관계로 ‘7시간 행적’ 의혹에 휩싸였고, 문재인 전 대통령 집무실은 비서실과 상당히 떨어져 있어 참모진과 소통에 곤란을 겪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과 소통 강화를 위해 청와대를 나왔다는 윤석열 전 대통령은 대통령실과 한남동 관저를 오가며 의도치 않은 ‘민폐’를 끼치기도 했다. 아울러 대통령 집무실의 세종 이전이 균형발전의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집무실을 필두로 서울 등 수도권에 쏠려 있는 정치·경제·문화·공공 인프라를 충청권 등 비수도권으로 이전하다 보면 인적·시설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는 게 주된 근거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국가 존망과 직결되는 외교·안보 부처, 주한 외국 대사관이 서울에 있다. ‘규모의 경제’, ‘집중의 효율성’이 요구되는 글로벌 기업 환경에서 이 같은 인위적 분산이 최선일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절차적 정당성은 내용적 타당성만큼이나 중요하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 당일 호기롭게 집무실을 이전했지만 왜 하필 합참 본부인지에 대해서는 똑 부러진 설명을 내놓진 못했다. 그러다 보니 국정 물줄기를 틀 수도 있었던 대통령 집무실 이전 결정이 주술 의혹과 불통 시비, 국격 논란 등과 맞물려 세간의 조롱거리로 전락한 느낌이다. 이런 점에서 이재명 후보가 세종으로의 대통령 집무실 완전 이전의 전제로 ‘사회적 합의’를 꼽은 것은 실리와 명분을 모두 잡겠다는 ‘신의 한 수’라는 생각이 든다. 1977년 박정희 정권 때부터 행정수도 이전의 ‘희망고문’을 받아온 충청권 표심 이탈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헌법재판소의 2004년 행정수도 위헌 결정을 뒤집기 위한 개헌이나 2차 헌법소원 등 공론화 여지를 열어놨기 때문이다. 영국의 윈스턴 처칠 총리는“우리가 건축물을 만들지만 이후엔 건축물이 우리를 만든다”고 말했다.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윤 전 대통령 언급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물리적 환경은 우리의 사고와 행동에 영향을 주는 많은 요인들 중 하나일 뿐”(장대익 서울대 교수)이다. 탁 트인 용산으로 나아간 윤 전 대통령은 파면됐고, ‘구중궁궐’에 갇혀 지낸 문 전 대통령은 건재하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논의에서 결정권자의 진정성 있는 소통 노력을 기대한다.
    [데스크의 눈] 대통령 집무실 이전, 최선입니까
    대통령 집무실 이전, 최선입니까
  • 김상미의감성엽서

    51년 만에 돌아온 책

    누군가가 51년 전에 도서관에서 빌려 간 책을 반납하러 왔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그것도 이미 장서 목록에서 사라진 책을? 아마 대부분은 받았다가 폐기하거나 그냥 가지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책이 1899년에 출간된 ‘오브리 비어즐리의 초기 작품’이라면? 아마 너무 놀라서 연체료는 물론 사유도 묻지 않고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할 것이다. 소설이나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2024년 미국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이 기사를 접한 나도 깜짝 놀랐으니까. 짐작건대 1973년 누군가가 도서관에서 이 책을 대출해갔다가 비어즐리가 너무 좋아 반납하지 않았거나 혹은 불의의 사고를 당해 반납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다 51년이 지난 후 눈 밝은 다른 누군가가 책 정리(유품일 수도 있는)를 하다가 그 책의 중요성을 깨닫고, 고심 끝에 도서관에 돌려주어야겠다고 결심, 51년간 행방불명되었던, 장서 목록에서도 삭제된 이 책이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온 것이다. 도서관 측에선 얼마나 고맙고, 기적 같았겠는가. 그만큼 이 책의 저자 오브리 비어즐리(1872∼1898)는 영국 빅토리아 시대가 낳은 뛰어난 예술가로 ‘내가 그로테스크하지 않다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일념으로 흰색 배경에 검은 잉크를 사용, 흑백의 강렬한 대비로 에로틱하고 퇴폐적인 기괴한 일본풍의 삽화를 그린 화가다. 그중 가장 유명한 삽화로 팜므파탈의 극치를 보여준다는 오스카 와일드의 ‘살로메’ 영어판 삽화와 강렬한 에로티시즘의 결정판이라 불리는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 ‘라시스트라타’의 삽화가 있다. 이 책 역시 그의 전기와 함께 그의 걸작 150점이 담겨 있는 소중한 책이다. 단순하고 평면적인 기법으로 그 어떤 색깔의 그림보다도 장식적이고 화려한 느낌을 자아내는 비어즐리의 작품 150점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이 책이 다시 공공도서관에 배치된다는 것은 비어즐리 애호가뿐 아니라 현대 그래픽 아트에 관심이 있는 모든 이들에게 큰 선물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비록 그는 이 책이 출판되기 1년 전인 1898년, 25세라는 아까운 나이에 결핵으로 요절했지만. 죽기 전 그가 작업한 1000점이 넘는 작품만으로도 그는 아르누보, 유미주의, 에로티시즘, 포스터 양식은 물론 오늘날의 그래픽 노블 장르에도 중대한 영향을 끼친, 순간을 불꽃처럼 살다간 탐미적 댄디였다. 25세 꽃다운 나이에 죽은 세기말 천재 작가의 책. 그런 소중한 책이 매우 양호한 상태로 51년 만에 다시 공공도서관으로 돌아왔다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분명 그는 비어즐리를 그 책만큼 사랑한 사람일 것이다. 김상미 시인
    [김상미의감성엽서] 51년 만에 돌아온 책
    51년 만에 돌아온 책
  • 오늘의시선

    SKT 해킹, 공포 아닌 냉정함이 필요하다

    최근 발생한 SK텔레콤 해킹 사고는 우리 모두에게 깊은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국내 이동통신 산업을 선도해온 대표 기업의 핵심 시스템이 외부의 악의적 공격에 노출되었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통신망은 현대 사회의 신경망에 비유될 만큼 필수적인 기반시설이며, 그 신뢰성은 사회 전체의 안정성과 직결된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단순한 기술적 사고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사이버 보안에 대한 인식과 대응 체계 전반을 면밀히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사건 발생 직후 일부 언론과 정치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과도한 공포가 확산되는 모습은 우려스럽다. 아직 사실관계가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복제폰을 통한 금융 피해, 실시간 위치 추적 가능성 등 극단적인 시나리오가 앞다투어 제기되었다. 특히 부산에 사는 한 남성의 SK텔레콤 휴대폰 계약이 갑자기 해지되고, 본인 명의로 KT 알뜰폰이 새로 개통된 뒤 은행 계좌에서 5000만원이 인출되는 피해를 본 사례가 대서특필되며, 대중의 불안은 더욱 증폭되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해당 사건은 이번 해킹 사고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스미싱 공격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과잉 반응은 사회적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나아가 정보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사이버 보안 사고에 대해 경계심을 갖는 것은 필요한 일이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근거로 불안을 조장하는 것은 사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 사이버 보안은 위기 상황에서도 차분하고 이성적인 판단이 필수적이다. 공포에 휘둘릴 것이 아니라 냉정하게 사실을 분석하고 합리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보보호 분야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의 실제 피해 범위에 대해 보다 신중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가입자 식별번호(IMSI), 유심(USIM) 인증키, 전화번호, 가입 요금제 등이 유출되었을 가능성은 제기되고 있지만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을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무엇보다 공동인증서와 OTP를 많이 활용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유심 정보만으로 금융거래를 직접 수행하거나 신분증을 위·변조하는 등 심각한 2차 피해로 직결되기는 어렵다. 게다가 이동통신사의 네트워크는 동일한 유심 값을 가진 기기가 동시에 접속하려 할 경우 이를 즉각 탐지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또한 이용자가 유심 보호 서비스에 가입해 두었다면 복제된 유심이 다른 단말기에 장착될 경우 이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적 보완 장치들이 존재함에도 부정확한 정보가 마치 현실화된 위협인 것처럼 유포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사이버 공격에 대한 경계심은 강화하되, 사실에 입각한 냉정한 대응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기업은 법적 의무를 넘어선 선제적 보안 투자와 지속적인 점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위기 대응 매뉴얼과 사고 대응 훈련을 강화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정보보호를 조직 문화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위협에도 능동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언론의 역할 역시 매우 중요하다.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한편 불확실하거나 과장된 정보를 통해 불안을 확산시키는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채 자극적인 보도를 양산하는 것은 국민의 신뢰를 저해하고, 궁극적으로 보안 강화 노력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언론은 사회적 공기로서, 사태를 선동하는 대신 사회가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사이버 보안 위협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공격 방법도 진화할 것이고 이에 따른 사회적, 경제적 위험 역시 커질 것이다. 정부, 기업, 학계, 언론, 국민 모두가 자신의 위치에서 역할을 다하며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성급한 추측과 공포가 아니라 냉정함과 품위를 바탕으로 한 대응이 우리 사회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 것이다.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오늘의시선] SKT 해킹, 공포 아닌 냉정함이 필요하다
    SKT 해킹, 공포 아닌 냉정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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