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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왕설래

    코리아 글로우 업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역대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시청한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로 등극했다. 영화가 뜨면서 주인공이 김밥 한 줄을 통째로 먹는 장면이 외국인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앞서 지난 3월 미국의 유력지 워싱턴포스트(WP)가 ‘한국의 김밥은 어떻게 위안을 주는 음식에서 세계적 돌풍을 일으키는 것이 되었나’라는 제목의 기고를 실었을 정도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냉동김밥과 즉석밥 같은 쌀 가공식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38.4% 증가한 44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여행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일회성이 아닌, 서울 등에서 한달살이를 하며 K라이프를 체험하는 ‘일상 체류형’으로. 그 중심에 의료와 헤어, 뷰티 등이 자리한다. 서울 한달살이를 가능하게 만든 요인 중에는 가성비 좋은 숙박시설도 있다. 지난해 12월 개장한 ‘호텔 더 보타닉 세운 명동’.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재개발 지역에 총 756실 규모로 지어졌다. 무엇보다 글로벌 MZ세대를 겨냥한 트렌디한 설계로 여행지가 아니라 내 집에 머무는 편안함을 제공, 서울 도심 핫플레이스로 부상했다. 최근 전 세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코리아 글로우 업’(Korea glow up) 챌린지가 선풍적인 인기다. 글로우 업은 ‘glow’(빛나다)와 ‘grow up’(성장하다)을 합친 신조어로, 단순한 성장 이상의 긍정적인 외모 변화 내지는 자기관리 성과를 뜻한다. 여기에 Korea가 붙어 ‘한국에 다녀왔더니 외모가 예뻐졌다’는 의미가 담겼다. 이 챌린지는 외국인들이 한국 방문 전후의 외모 변화를 쇼트폼(짧은 영상 콘텐츠) 플랫폼에 올리며 폭발적인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K푸드와 K뷰티 수출액은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문화 콘텐츠로만 소비되던 ‘K웨이브’(한류)의 진화다. 향후 많은 외국인들의 한국 방문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이쯤 되면 K웨이브를 국가 성장동력으로 고민할 법하다. 다만 지나치게 외모로 평가받는 한국 문화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것은 걱정스럽다. 이미 젊은 세대에서 외모지상주의가 고착화하는 양상을 보면 기우는 아닐 것이다.
    [설왕설래] 코리아 글로우 업
    코리아 글로우 업
  • 기자가만난세상

    초고령사회 ‘국가 주도 돌봄’ 시급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老老)케어’, 가족이 고령자를 돌보다 지쳐 살해하는 ‘간병살인’…. 최근 노노돌봄 취재를 위해 현장을 체험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현재 고령의 부모님이 계시고 한때 복지를 공부한 입장에서 노인문제에 대해 나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물조차 호스를 통해 섭취해야 하는 80대 장기요양보호대상자를 직접 케어해 보니 이런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닌 자신의 문제처럼 다가왔다. 우리보다 일찍 고령사회를 맞은 일본은 ‘노노케어’ 현실을 25년 전부터 직면했다. 80~90대의 부모를 60대의 자식이 돌보는 구조, 혹은 노인이 병든 배우자를 돌보는 것이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안타깝지만 지금 우리도 그 길을 따라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말이면 한국은 전체 인구의 약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이 시점에서 두 가지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턱없이 부족한 돌봄 인프라 부족과 가족이 간병을 책임지는 시스템은 이미 한계에 달했다는 것. 그 예로 최근 몇 년간 발생한 간병살인은 그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감내해 온 육체·정서적 피로는 희생적 노고자를 가해자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국가·국민이 부담해야 할 구조적 문제다.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 과제를 제도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2000년에 도입된 ‘개호보험제도(介護保?制度)’다. 정부·지자체가 보험료 50%를 지원하고, 40세 이상 국민이 건강보험 등으로 50%를 부담해 고령자에게 전문 요양보호사의 방문 돌봄, 주간 보호센터, 단기 입소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이는 민간 요양보호센터를 건강보험공단이 지원하는 우리와 다른 국가 주체의 구조다. 특히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을 통해 노인들이 자신의 집 등에서 돌봄, 의료, 일상을 통합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현재 보호사 저임금, 인력수급 등 이미 열악한 조건에 처한 우리의 민간 요양시설로는 궁극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더 이상 가족에 의한 돌봄 역시 지속 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지역 중심의 돌봄 인프라 구축, 공공 중심의 간병 인력 확충, 치매 등 특수 돌봄 대상자를 위한 맞춤형 정책이 절실하다. ‘커뮤니티 케어’ 개념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는 노인이 요양병원이나 시설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사회 안에서 자신의 존엄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다. 일본의 후생노동성은 ‘돌봄이 필요한 사람은 지역사회가 책임진다’는 원칙 아래 지자체 주도의 통합지원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도 돌봄의 공공성을 높여 지자체의 역할을 강화하고, 생활밀착형 돌봄 서비스를 더 촘촘히 설계해야 한다. 아울러 고령자 스스로 돌봄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환경도 필요하다. 간병에 지친 가족을 위한 심리·재정적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 돌봄 휴직제 확대, 간병비 세액공제 등 실질적 지원과 가족을 돌보는 이들이 사회에서 고립되지 않도록 정기적인 상담과 지역사회 네트워크도 중요하다. 이것들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일본의 25년을 5년 만에 따라잡겠다는 각오로, 국가가 책임지는 돌봄사회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 초고령사회의 문턱에서 이제는 생각이 아닌 실행을 해야 할 때다.
    [기자가만난세상] 초고령사회 ‘국가 주도 돌봄’ 시급
    초고령사회 ‘국가 주도 돌봄’ 시급
  • 세계와우리

    안보의 본질은 자강(自强)

    8월1일을 협상 시한으로 정한 트럼프발 ‘관세 제일주의’ 여파로 세계가 홍역을 치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세계 지도국을 포기한 듯한 미국의 행보와 더불어 국지전(局地戰)이 빈발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정치가 중심을 잃자 차제에 전략목표 달성이나 대내외적 불안의 외부전환 시도로 일부 국가들이 국민 생명을 담보로 하는 전쟁에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미·중 전략 갈등은 여전히 진행형이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속절없는 소모전 양상이며, 이스라엘과 이란이 충돌하는 중동 정국도 불안하다. 인도·파키스탄 간의 군사적 충돌에 이어 태국·캄보디아 간 전운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자국 보호주의와 전략 지위의 확보 및 국내외적 불만 무마 등이 얽힌 결과다. 양안(兩岸)관계도 위험하고 한반도는 극도의 위험지대다. 특히 한국 새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하고 ‘9·19남북군사합의’ 복원 등을 강조하지만,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한국과 마주 앉을 일이 없을 것”이라며 한국의 선의를 일축했다. 북한은 이미 중국에 대한 의존만으로는 현실적인 군사력 강화가 어렵다고 인식해 러시아와 실질동맹 복원이라는 전략적 선택을 했다. 러·우 전쟁이 전통 재래전 양상으로 전환되면서 러시아는 북한으로부터 탄약과 포탄을 공급받았고, 북한은 군대까지 파견해 아시아 국가가 유럽 전쟁에 개입하는 초유의 선례를 남겼다. 2023년 9월 김정은과 푸틴의 보스토니치회담 이후 북한이 ‘핵무기의 눈’으로 불리는 정찰위성 발사를 두 번의 실패 끝에 성공하는 등 북한은 핵보유국을 전제로 러시아 지원을 받아 군사력 증강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북한은 직접 파병이라는 군사적 모험을 통해 러·우 전장에 뛰어든 이후 실전은 물론 현대 드론 전을 경험하는 등 현대식 재래전 능력을 크게 배가시키고 있다. 작년 3월에는 신형 전차훈련을 공개하더니 최근에는 해군력 증강에 열중이다. 지난 4월과 5월, 북한의 현재 기술력으로는 불가능하다는 5000t급 구축함을 잇달아 진수했다. 당연히 러시아의 군사기술 협력이 분명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해군력 확대는 육상 전력의 위협에 더해 원양(遠洋)작전 능력을 구비한 구축함이나 잠수함에서 핵미사일이 발사될 수 있음을 뜻한다. 특히 북한의 해군력 증강은 중국의 ‘서해 내해화’(內海化) 전략과 더불어 한국의 해양 안보를 직접 위협한다. 북한은 북방한계선(NLL) 재설정까지 언급하고 있고, 중국은 양식시설이라고 주장하면서 두 개의 거대 불법 시설물을 설치했다. 또 13개의 부표를 설치했으며 동경 124°선을 관할수역화해 해상훈련을 상시화하고 25개의 시추공을 뚫는 등 서해를 유린하고 있다. 만일 북·중 간의 연대가 이루어진다면 한국의 해양 안보에는 재앙이다. 더욱이 중국의 해군력 증강은 필연적으로 미·중 간 해양세력 전이를 둘러싼 마찰을 불가피하게 한다. 일본은 이미 동중국해·남중국해·한반도의 ‘단일 전역’(One Theater) 구상을 내놨고, 대만·필리핀·일본·호주 등도 중국의 해양력 확장 대응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은 잘 정비된 미사일시스템과 공군 및 지상군 체계, 방산(防産) 분야의 첨단기술력 보유에도 불구하고 삼면이 바다인 특수성에 비해 해양 안보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수년째 답보상태인 항공모함 건조 논의도 평시 안전을 담보할 통합 지휘함 시스템 구축의 시급성을 고려하면 시간을 끌 문제가 아니다. 최상의 전자전 능력을 구비한 유·무인 전력 지휘함 체계 구축과 기동부대 창설, 해양 통제 작전을 위한 해양전투단(MBG)이나 해양 상륙전투단(MAG) 등 분명한 억지력을 기반으로 적어도 관할해역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반도 안보 상황은 한·미동맹과 한·중관계, 남북관계 및 양안관계와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 등 각국의 전략 이익이 얽혀 있어 예측 불가다. 자의적 희망을 전제로 한 대북 선의나 북핵 용인(容認)론, 전시작전권 협상카드화보다는 평화를 담보하기 위한 지속적 자강(自强)이 우선임을 잊지 말자.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중국학
    [세계와우리] 안보의 본질은 자강(自强)
    안보의 본질은 자강(自强)
  • 기후의 미래

    플라스틱 협약과 만장일치

    만장일치 규칙 아래에서는 집단의 모든 개별 구성원이 결정에 인과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리고 1652년에서 1791년 사이에 만장일치제를 도입했던 폴란드인들은 1795년 국가가 붕괴할 때까지 이 규칙을 열성적으로 옹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제도를 실제로 운용한 사례는 폴란드가 유일하다. … 집단이 스스로 통치한다는 것은 모든 개별 유권자가 최종 결과에 인과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모든 개인의 의사가 집계되어 집단의 결정이 내려질 때, 그 집단은 스스로 통치한다. (애덤 셰보르스키, ‘민주주의, 할 수 없는 것과 할 수 있는 것’) 한때 유럽에서 가장 큰 영토를 자랑했던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1569~1795년)의 의회는 독특한 의사결정 제도가 있었다. 의원 중 누구라도 ‘나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외치면 입법 절차를 중단시킬 수 있었던 것. 다수의 횡포를 막겠다는 의도로 만장일치제를 도입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거부권이 남발되고 외세에 매수된 의원이 의회를 파행으로 몰고가면서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은 짧은 전성기를 뒤로하고, 결국 러시아?프로이센?오스트리아 제국에 먹혀 지도에서 사라지고 만다. 이런 문제 때문에 오늘날 만장일치제로 국가를 운영하는 나라는 없다. 적어도 표면적으론 그렇다. 그런데 초국가 단위에선 만장일치제가 불문율인 경우가 왕왕 있다. 유엔 기후변화협약(COP)과 오는 5일 개막하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 추가 협상회의(INC 5.2)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마지막’(이어야 했던) 플라스틱 협약은 당사국 뜻을 하나로 모으는 데 실패했고, 그래서 예정에 없던 ‘찐막’(이길 바라는) 협약이 열린다. 그러나 이번에도 전망은 밝지 않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이란 등 석유?가스 생산국들이 ‘플라스틱 생산을 제한하면 안 된다, 쓰레기 문제에만 집중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COP 역시 화석연료 퇴출과 기후재원 마련을 두고 만장일치의 덫에 걸려 고통스러우리만큼 느리게 진도를 밟아가고 있다. 기후 대응은 시간 싸움이라면서 굳이 만장일치를 고집하는 이유를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물어보면 대충 이런 답이 나온다. ‘모든 국가의 주권을 존중하고, 실행력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설명은 꿈보단 해몽에 가깝다. 플라스틱 협약과 기후변화 협약의 회의규칙(rules of procedure)엔 정작 ‘만장일치’(unanimity)란 단어는 없다. 유엔 기후체제는 1990년대 초 ‘최대한 합의(consensus)에 이르도록 노력하되, 그러지 못할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다수결을 따른다’는 회의규칙 초안을 마련했지만, 만장일치를 주장하는 일부 국가의 반대로 채택하지 못했다. 그 후에도 다수결을 포함한 회의규칙이 여러 번 제안됐지만 번번이 채택에 실패하고 말았다. 다수결로 정해도 된다는 규정이 없으니 합의를 만장일치로 ‘해석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플라스틱 협약도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두 환경 협약이 만장일치제로 운영되는 건 거룩한 뜻이 있어서라기보단 일종의 입법부작위인 셈이다. 플라스틱 INC 5.2를 앞두고 회의규칙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번에도 만장일치에 실패하면 다수결을 강행해야 한다는 의견부터 안건을 분리해 다루자거나 아예 유엔 체제 밖에서 전권외교회의로 진행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만장일치를 금과옥조로 여길 필요가 없다는 해석도 있다. 영국 기후전문 매체 카본브리프에 따르면, 실제로 2010년 멕시코에서 열린 COP16에서 의장은 “합의는 만장일치를 의미하지 않는다”며 볼리비아의 반대를 기각하고 칸쿤 합의를 채택했다. COP18에서도 러시아가 합의에 반대하며 발언권을 요청했지만 의장은 “논의를 연장하는 것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같다”며 의사봉을 두드렸다. 폴란드 출신 미국 정치학자 셰보르스키의 ‘민주주의, 할 수…’는 이렇게 끝난다. ‘우리가 민주주의의 한계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그러지 않으면 많은 경우, 그 누구에 의해서도 또 그 어떤 곳에서도 실현될 수 없는 공약을 내세우며 정치적 권력을 잡으려 하는 데마고그(선동가)의 선동적인 호소에 쉽게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 어떤 개혁은 시급하며, 많은 개혁이 실현 가능하다.’ 국제합의를 가로막는 게 과연 만장일치제인지, 부족한 의지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윤지로 사단법인 넥스트 수석
    [기후의 미래] 플라스틱 협약과 만장일치
    플라스틱 협약과 만장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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