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은 웁니다”…국민 2000만명 쓰는 새벽배송, 내년엔 사라질 수도?

민주노총 “심야노동 근절하자” 새벽배송 금지 제안
업계 “국민 불편·일자리 감소 불 보듯” 반발 확산

“아침 7시 출근 전 기저귀랑 우유를 받아야 하는데, 그걸 낮에 주문해서 언제 받으라는 건가요.”

 

맞벌이 부부, 워킹맘,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새벽배송은 이미 ‘생활 인프라’다. 이 편리한 서비스가 내년부터 사라질지도 모른다.

 

‘새벽배송 폐지’ 논의는 단순한 노동현안이 아니다. 워킹맘, 맞벌이 부부, 자영업자, 도서산간 주민 등 수천만 국민의 생활과 직결된 문제다. 게티이미지

민주노총 택배노조가 정부 주도의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심야배송(0~5시) 전면 금지’를 제안하면서 업계와 소비자 사이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쿠팡·컬리 등 주요 새벽배송 이용자만 2000만명에 달하는 만큼, 현실화될 경우 ‘전국적 물류 대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야노동 근절”…민주노총, 새벽배송 중단 공식 제안

 

29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지난 22일 열린 ‘심야·휴일 배송 택배기사 과로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대화기구’ 회의에서 “심야시간(0시~5시) 배송을 제한하고 주간연속 2교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개선안을 제시했다.

 

이 회의에는 쿠팡·컬리·CJ대한통운·네이버 등 주요 새벽배송 기업과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한국노총, 정부 관계자가 참여했다.

 

민주노총은 “택배기사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 야간 근로를 중단해야 한다”며, 오전 5시 출근조와 오후 3시 출근조로 나누는 주간 연속 근무제를 제안했다.

 

심야배송으로 발생하는 기사 수입 감소분은 별도 보전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노총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야간배송 전면 금지는 기사들의 일자리와 소득을 줄이고, 물류체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실질적인 건강권 확보 대책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법적 강제력 없어도 영향력은 ‘막강’…연말 결론 가능성

 

이 대화기구의 합의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2021년 사회적 합의문(택배기사 하루 12시간·주 60시간 이내 근무, 택배비 인상 등)이 실제 업계 운영에 직접 반영된 전례가 있다.

 

업계는 “이번에도 민주노총의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 힌 관계자는 “그동안 사회적 대화기구는 민주노총이 제기한 문제점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졌고, 결론도 이들의 의견이 상당히 반영돼 왔다”며 “이번에도 비슷한 수순이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소비자 2000만명 “우리 목소리는 무시됐나”

 

이번 제안이 알려지자 소비자 사이에서는 즉각 반발이 터져 나왔다.

 

쿠팡 ‘로켓프레시’ 등 새벽배송 주요 이용자는 쿠팡 와우회원 1500만명, 컬리 300만명, 오아시스·쓱닷컴·네이버까지 합치면 2000만명을 훌쩍 넘는다.

 

그럼에도 민주노총은 제대로 된 소비자 의견 수렴 없이 방안을 내놨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한 소비자는 “아이 있는 워킹맘, 맞벌이 부부의 새벽배송은 생존 문제”라며 “국민 편의를 무시한 일방적 주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서도 소비자의 91.8%가 새벽배송 서비스에 만족, 99%가 계속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새벽배송이 없는 지역 거주자의 84%가 “서비스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미 새벽배송은 단순한 ‘편의 서비스’가 아닌 ‘생활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기사들도 “야간 배송이 더 낫다”…현장 목소리와 괴리

 

민주노총이 주장하는 ‘건강권 보호’ 명분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현장 기사들은 야간근무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 조사에 따르면 새벽배송 기사 36.7%가 “교통 혼잡이 적어서 좋다”, 32.9%는 “수입이 높아서 좋다”, 20.7%는 “낮에 개인시간을 쓸 수 있다”고 답했다.

 

야간배송이 금지될 경우 ‘주간 일자리로 전환하겠다’는 응답은 25.6%, 반면 ‘다른 야간 일자리 찾겠다’는 응답은 56.8%였다.

 

즉, 새벽배송 금지는 기사들의 건강권 보호보다 수입 감소·직업 선택권 침해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물류 붕괴·일자리 감소·가격 상승”…경제적 파급 불가피

 

전문가들은 새벽배송 금지가 가져올 파급효과를 ‘도미노’로 보고 있다.

 

신선물류센터, 포장·상하차, 물류IT, 냉장창고 등 관련 산업 전반이 직격탄을 맞기 때문이다.

 

정부와 노조, 업계, 소비자가 모두 참여하는 실질적인 대화와 균형 있는 해법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게티이미지

한 물류업계 전문가는 “새벽배송 금지는 단순히 서비스 제한이 아닌 수만 명의 일자리와 수천억 원 규모 산업 생태계 붕괴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유통전문가는 “야간배송이 중단되면 오전 배송 물량이 몰려 배송 지연·비용 상승·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 “현실적 대안 필요…규제 아닌 ‘균형 해법’ 모색해야”

 

전문가들은 단순 금지보다 건강권·휴식권 보장과 효율적 근로시간 조정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제언한다.

 

한 물류 전문가는 “새벽배송은 이미 생활 인프라”라며 “무조건 없애는 것이 아닌 야간노동자 건강을 보호할 장치와 탄력 근무제 도입 같은 균형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업계 역시 야간 배송 시간 축소, 근무교대제, 자동화 시스템 확대 등을 논의 중이다.

 

만약 민주노총이 ‘전면 금지’ 입장을 고수할 경우 사회적 합의 도출은 쉽지 않아 보인다.

 

◆“새벽배송은 국민 생활의 일부…대화의 장으로 풀어야”

 

‘새벽배송 폐지’ 논의는 단순한 노동현안이 아니다.

 

워킹맘, 맞벌이 부부, 자영업자, 도서산간 주민 등 수천만 국민의 생활과 직결된 문제다.

 

정부와 노조, 업계, 소비자가 모두 참여하는 실질적인 대화와 균형 있는 해법이 절실하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