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수수 의혹 권성동 구속… 특검서 현역의원 최초

통일교 청탁 대가 1억 수수 혐의
한학자 총재 출석 9시간 반 조사
“청탁, 지시한적 없다” 의혹 부인

김건희 특별검사팀(특검 민중기)이 윤석열정부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간 ‘정교유착’ 의혹의 발단으로 지목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구속됐다. 불체포 특권이 있는 현역 국회의원이 특검에 구속된 건 처음이다. 한학자(사진) 통일교 총재는 17일 자진 출석해 약 9시간30분 동안 조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권 의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권 의원은 2022년 1월 윤영호(구속기소)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게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통일교 현안을 국가 정책으로 추진해달라는 등 청탁과 함께 1억원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고 있다.

통일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1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권 의원은 특검 출범 후 현역 의원으로는 처음으로 구속됐다. 뉴스1

특검은 권 의원을 상대로 2022년 2∼3월 한 총재에게 현금이 든 쇼핑백을 받아 갔다는 의혹과 통일교 지도부의 해외 원정도박 경찰 수사 정보를 통일교 측에 흘려 수사에 대비하도록 했다는 의혹 등을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의 세 차례(8일·11일·15일) 소환 통보에 건강 문제를 이유로 불출석했던 한 총재는 이날 오전 특검에 자진 출석해 첫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50여쪽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한 특검은 권 의원 관련 의혹뿐 아니라 윤 전 본부장이 2022년 4∼7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에게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8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건네며 교단 현안을 청탁했다는 의혹 등을 신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재는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면서 ‘청탁을 직접 지시하거나 승인한 게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런 적) 없다”고 답하는 등 의혹 전반을 부인했다. 통일교 측은 윤 전 본부장의 청탁과 금품 제공 행위가 개인의 일탈일 뿐 교단 차원의 개입은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특검은 한 총재가 정원주 전 통일교 천무원 부원장, 윤 전 본부장 등과 공모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김형근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특검은 이 사건을 법에 정해진 원칙과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할 예정”이라며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한 총재가 1943년생으로 고령이고, 심장 시술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은 변수다. 한 총재는 이날 출석할 때 주치의와 간호사를 대동했고, 조사가 진행될 땐 건물 지하에서 앰뷸런스가 대기했다.

 

통일교는 입장문을 내 “한 총재가 2015년 11월 서울성모병원 심장내과에서 심방세동, 심부전 등 질환이 발견돼 약물 치료를 받다가 올해 1월 증상이 악화돼 9월4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절제술을 받았다”며 “의료진은 충분한 회복과 질환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소견을 제시했으나, 총재는 법적 절차를 피하지 않겠다는 의사가 확고하다”고 밝혔다.

윤 전 본부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우인성) 심리로 열린 청탁금지법·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사건 첫 공판에서 건진법사 전씨에게 금품을 건넨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김건희씨에게 최종 전달됐는지를 알지 못해 청탁금지법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