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질문 사흘째인 17일 여야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과 두 차례에 걸친 상법 개정 등 경제 분야를 놓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자본시장 활성화, 부동산 공급 대책 등 이재명정부의 경제 성과를 전면에 부각했고, 국민의힘은 정부·여당이 노동조합 친화적인 정책에만 골몰하고 있다며 이로 인한 기업의 부담 증가를 거세게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날 정부와 공감대를 형성하며 새 정부 경제 정책을 뒷받침하는 데 집중했다. 첫 타자로 나선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새 정부 출범 100일 대한민국이 정상 궤도 진입에 속도를 내고 코스피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며 정부가 최근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으로 유지하기로 한 결정을 긍정 평가했다. 이 의원은 이어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새 정부 자본시장 정상화 기조에 상응하는 일관된 증세 정책을 주문했다. 구 부총리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자사주 소각 등 개미 투자자들의 관심 사항들에 대해선 “기업과 시장, 국회의 의견을 모두 잘 듣겠다”는 취지로 신중히 답했다.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경제형벌 완화’ 관련 질의를 이어갔다. 구 부총리는 “6000여개의 경제형벌을 전반적으로 검토해서 고의·중과실 없이 선의의 과실로 위반이 있는 경우엔 가능한 한 시정하게 하겠다”며 “9월에 일차적으로 국회에 법안도 제출하고, 준비되는 대로 계속해서 1년 안에 (경제형벌의) 30% 정도는 개선토록 하겠다. 그중 배임죄도 포함된다”고 답했다.
민주당 정태호 의원이 이어 ‘정부의 인공지능(AI) 사업에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구 부총리는 “전적으로 동감한다”고 호응했다. 구 부총리는 “AI 산업이 예타를 거쳐서 3∼4년 걸리고 사업으로 4∼5년 걸리면 구식 AI가 된다”며 “AI 대전환과 R&D(연구개발) 부분에서는 예타를 면제하고, 국가정책사업에 예타를 아예 안 하는 방안까지 포함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 관세 후속 협상 관련 정부 전략도 논의됐다. 김 총리는 대미 협상 전략에 대한 권 의원의 질의에 “대전제는 시간에 쫓기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국익과 우리 경제의 ‘캐파’(수용 능력)로 봐서 감당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문서화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에서는 첫 주자로 김상훈 의원이 나섰다. 김 의원은 “대한민국 기업들이 한국을 탈출하려고 하고 있다”라며 ‘코리아 엑소더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현재 노동관계법은 기업을 형사피의자로 만드는 규정들이 난무하고 너무 노조편향적”이라며 “노란봉투법은 기업들의 손에 쇠사슬을 묶고 한국을 떠나가게 하는 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김민석 국무총리는 “여러 우려 등이 있지만, 잘 조정해 (노란봉투법이) 한국 경제 성장의 또 하나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보고 또 기대하고 있다”라며 “보완입법 형태는 아니더라도 태스크포스(TF)나 매뉴얼을 만드는 과정을 거치겠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은 “민생회복 소비 쿠폰이 국가 재정뿐 아니라 지방 재정까지 악화시킬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하는 정부 조직개편안에 대해서도 “정치적인 입맛이나 선거 표심에 따라 재정이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꼬집었다.
새 정부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질의도 이어졌다.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은 “부동산 정책에 실패한 문재인 정권 시즌2를 보는 것 같다”며 “서울시와 경기도 등 핵심 지방정부와 협의 없이 대책을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접 시행하는 ‘9·7 주택 공급 대책’과 관련 “LH의 공공성을 대폭 강화하면 물량을 제대로 공급할 수 있겠냐는 우려는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정부의 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특별법 제정을 통해 성과를 거두고 규제 완화를 통해 절차를 간소화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여야는 이날 정기국회 국정감사를 추석 연휴가 끝난 후인 다음 달 13일부터 시작하기로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