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1∼3월)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역대 최고치로 올랐다. 정부·가계·기업부채를 모두 합한 ‘국가 총부채’는 집계 이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7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1분기 기준 우리나라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47.2%로 직전 분기(43.6%)보다 3.6%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BIS가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90년 이후 최대치다.

BIS는 비영리 공공기관과 비금융 공기업 등을 제외한 좁은 의미의 국가 채무만을 집계한다.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때인 2020년 1분기(40.3%) 처음 40%를 넘었다. 지난해 2분기 45.3%까지 상승했다가 잠시 주춤했으나, 올해 들어 다시 큰 폭으로 올랐다.
다만 다른 주요국과 비교하면 비율이 높은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BIS 통계에 포함된 28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8위 수준이다.
OECD 국가 중에서는 일본(200.4%), 그리스(152.9%), 이탈리아(136.8%), 미국(107.7%), 프랑스(107.3%), 스페인(100.5%) 등이 정부부채 비율이 높다.

BIS가 추산한 우리나라 정부부채 규모는 1212조원으로 원화 기준 사상 최대 규모였다. 달러화 기준(8222억달러)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지난해 3분기(8683억달러)보다 5.6% 줄었다. 이는 원·달러 환율이 오른 영향이다.
정부부채 비율은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비상계엄 등 정치적 혼란의 여파와 대내외 불확실성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정체되면서 이재명정부가 과감한 경기 부양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9%로 제시한 바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날 서울대 강연에서 “지금 경기가 안 좋아 재정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해야 하지만, 국가 부채가 계속 늘어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재정 정책만으론 성장률을 떨어뜨리는 근본 원인인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없다고 짚었다.

한편 BIS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우리나라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9.5%를 기록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3분기(88.3%) 이후 약 5년6개월 만의 최저치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최근 3년간 꾸준히 하향세다.
그러나 정부·가계·기업부채를 모두 합한 ‘국가 총부채’는 1분기 말 6373조원으로 집계 이래 사상 최고치다. BIS는 올해 1분기 말 우리나라 가계부채 규모를 약 2300조원, 기업부채 규모를 약 2861조원으로 각각 추산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에서도 정부부채 비율이 상승했는데, 지난 4·6월 추경을 고려하면 2분기에는 그 비율이 48∼50%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우 교수는 부채비율에 대한 과도한 해석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부채 비율이 90% 이상이면 경제성장률에 악영향을 준다는 연구가 있었지만 오류로 판별났다”면서 “단순 비율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정부 재정이 필요한 분야에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