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60·사법연수원 18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최근 정부와 여당의 사법개혁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에 대해 헌법에 근거해 논의하고, 사법부가 참여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
문 전 대행은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선출 권력과 임명 권력이 어느 게 우위냐 논쟁들이 나오고 있다’는 진행자 질문에 “대한민국 헌법을 한 번 읽어보시라”며 “우리 논의의 출발점은 헌법이어야 한다. 헌법 몇 조에 근거해서 주장을 펼치시면 논의가 훨씬 더 생산적일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너무 현안이 됐고 저는 대화의 주체가 아니다”며 구체적인 설명은 피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11일 내란특별재판부 위헌 논란에 대한 의견을 내면서 “임명 권력은 선출 권력으로부터 2차적으로 권한을 다시 나눠 받은 것”이라며 “대한민국에서는 권력의 서열이 분명히 있다. 최고 권력은 국민, 국민 주권. 그리고 직접 선출 권력, 간접 선출 권력”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삼권분립을 흔드는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문 전 대행은 이어 사법부의 권한·역할에 대해 “사법부는 행정부와 입법부를 견제하기 위해서 헌법에 따라 만든 기관이다. 당연히 사법부의 판결이 행정부와 입법부를 불편하게 할 수 있다”며 “그렇지만 그 사법부의 권한은 헌법에서 주어진 권한이기 때문에 그 자체는 존중해야 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 판결이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을 때는 제도 개선을 할 수 있고 법원은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전 대행은 사법개혁에 사법부가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법부가 참여해야 한다는 건) 너무 당연하다. 제가 법원에 있을 때 사법개혁을 줄곧 외쳐온 사람”이라며 “사법개혁의 역사에서 사법부가 논의에 참여하지 않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떻게 일도양단식으로 결론을 내리나. 근본적인 이익은 보장하면서 조금 비본질적인 것에 대해서는 타협하고, 이런 종합적인 고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헌재 소장 권한대행을 맡은 그는 법원 안팎에서 진보 성향 법관으로 꼽힌다.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냈던 그는 노동·인권 사건에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판결을 다수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