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지가 바뀌었지만 관사를 떠나지 않고 버티는 군인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한강변에 위치해 있고 학군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는 최근 5년간 160명 넘게 퇴거를 미룬 것으로 나타났다.
퇴거 지연 벌금이 주변 시세 대비 턱없이 낮아 군 관사가 사실상 ‘관테크(관사+재테크)’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의 한 군인아파트에서 퇴거 지연자가 최근 5년간 165명 발생했다.
올해 7월 말 기준 퇴거 명령을 받고도 여전히 거주 중인 인원은 14명에 달했다. 최장 644일간 버틴 사례도 있었다.
이 아파트는 760세대 모두 군 관사로 사용되고 있으며, 한강 조망이 가능한 세대도 있어 주거 선호도가 높은 관사로 꼽힌다. 학군과 교통 접근성도 뛰어나 용산 관사 중에서도 인기가 많은 편이다.
군인들이 퇴거를 미루는 주된 이유는 퇴거 지연 벌금이 민간아파트 거주 비용보다 월등히 싸기 때문이다.

현행 ‘군 주거지원 사업 운영 훈령’에 따르면 3.3㎡(1평)당 퇴거 지연 관리비는 용산 아파트와 같은 1급지의 경우 퇴거 기한 종료 후 6개월까지 5만원, 7개월부터 퇴거일까지 7만5000원에 그친다.
32평 관사에서 퇴거하지 않을 경우 내야 하는 금액은 6개월 전까지 월 160만원, 이후엔 월 240만원이다. 이는 인근의 같은 면적 민간아파트 월세(380만~430만원)와 비교하면 약 37~44% 낮은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 5년간 전국에서 집계된 군인 퇴거 지연 사례는 4214건에 달했다. 서울 지역 퇴거 지연자는 45명, 이들로 인해 입주를 기다리는 대기자는 90명에 이른다.
또 일부 간부들은 관사와 별도로 독신자 숙소까지 제공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기준 퇴거 지연자 159명 가운데 35명은 관사에 가족을 거주시키고, 본인은 독신자 숙소를 이용하는 이중 혜택을 누리고 있었다.
국방부는 “조만간 훈령 개정을 통해 퇴거 지연 관리비를 크게 인상하고, 장기 지연자는 징계위원회 회부가 가능하도록 하는 등 관리 강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서울 등 1급지 32평형 관사의 퇴거 지연 관리비는 3개월까지 월 240만원, 4~6개월은 월 415만원, 7개월 이후는 월 512만원 수준으로 인상될 예정이다.
강대식 의원은 “정작 관사가 필요한 군인들은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실정”이라며 “군 관사를 사실상 ‘관테크’ 수단으로 악용하는 군인들에 대해 징계 또는 재발 방지 대책이 아주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