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출범 후 첫 韓·中 외교장관 회담

조현 외교부 장관이 17일 중국 베이징에서 왕이 외교부장 겸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과 만나 이재명정부 출범 후 첫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가졌다.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 계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을 비롯해 미·중 패권 경쟁 속 한·중 관계 발전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은 이날 오전 중국으로 출국하며 기자들과 만나 “한·중 간 협력관계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동북아 긴장을 어떻게 완화할지 등 여러 의제들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에이펙 계기에 시 주석이 방한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협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아직 시 주석의 방한을 공식화하기 전이지만, 외교가에서는 시 주석이 한국에 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시 주석의 방한은 한반도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대미 견제 외교를 펼치기 위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전날 사설에서 “에이펙에서 보호주의를 반대하자”고 제안했는데, 미국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일방적 관세·무역 조치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밝힌 것이었다.

이번 회담에서 중국 측은 정권 초기 한·미, 한·미·일 협력 구도에 방점을 찍어 온 이재명정부의 대중 외교 기조와 관련해 전략적 압박을 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미국이 추진 중인 한·미 동맹 현대화 논의 상황, 이에 대한 한국 측 입장을 확인하려 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주한미군의 활동 범위가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 전체로 넓어지는 데 대한 중국의 민감한 입장이 제기됐을 가능성이 크다.

조 장관은 왕 부장으로부터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 당시 이야기를 듣고, 북한 문제 관련 한·중 간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출국 직전 밝히기도 했다. 지난 4일 중국 전승절 계기로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논의되지 않은 것에 대해 “우리 정부가 중국에 (한반도·북한 문제에 있어) 건설적 역할을 계속 촉구해 온 것처럼 이번에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재차 강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중국 입장을 재확인하는 것은 한국 입장에서 중요한 의제다.

중국이 서해상에 무단 설치한 구조물 문제도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장관의 이번 방중은 이 정부 출범 후 처음이고, 양국 외교장관의 회담은 지난 3월 조태열 전 장관과 왕 부장이 일본에서 만난 이후 약 6개월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