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K방산의 미국 본격 진출이 가시화됐다.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미국이 한국 방산업체와 손을 잡으면서 비전투함뿐 아니라 전투함의 MRO(유지보수정비)까지 양국 협력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축적된 기술력과 숙련된 인력이 강점인 한국 조선업의 저력이 쇠락한 자국 조선업을 바로 세울 것이란 미국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그렇다면 한국이 기여하고 실속을 챙길 수 있는 또 다른 분야는 없을까?
미국은 함정만큼 저가형 드론에 목을 매고 있다. 저가형 드론을 대량 생산한 각 군 전투부대에 적시 배치하기 위한 역동적 계획을 수립했다. 미국은 자국산 드론을 확보할 계획이지만 드론 대량생산 기반도 조선업만큼 열악하다. 한·미가 드론 개발과 생산 기반의 공동 발전을 꾀하는 ‘마드가’(MADGA·Make American Drone Great Again)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면 한·미동맹의 전략적 현대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지난 6월6일 미국 드론산업을 지원해 전투원들을 무장하는 행정명령 14307(Executive Order 14307 to support the American drone industry and arm our warfighters)을 발동했다. 이어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7월10일 ‘미군 드론의 우위를 촉발시키기 위하여(Unleashing U.S. Military Drone Dominance)’라는 제목의 서한을 국방부 고위직과 전투사령부 사령관 등에게 보냈다.
“드론이 가장 큰 전장의 혁신이지만 미군은 소형 드론을 잘 갖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세계적인 엔지니어와 AI(인공지능) 전문가들이 제작한 다양한 저가 드론으로 전투부대를 무장시켜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를 위한 세부지침으로 미군이 수백종의 미국제 드론 구매를 승인함으로써 미국의 드론 제조 기반을 강화하고, 미국의 엔지니어와 AI 전문가들의 다양한 저가 드론 개발, 각종 훈련에 드론의 역할을 통합하는 것 등을 제시했다. 미군의 모든 전투부대가 저비용, 소모성 드론으로 무장하는 시점을 2026년 말로 잡았다.
미국이 급성장하는 중국의 드론 전력 능력에 적잖은 위기감을 가진 것 같다. 그렇다고 현재 미국의 드론산업 기반으로 1년 만에 미군 모든 부대를 소형 소모성 드론으로 무장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러나 드론 전력 신속획득의 노하우가 있는 한국과 적극 협력한다면 미국의 계획은 불가능한 과업이 아닐 것이다. 한·미가 ‘마드가’ 프로젝트에 손을 잡는다면 우리 우주항공산업에는 기회의 창이 열리게 된다.
한국의 우주항공산업은 미국, 미군과 협조해 미군의 저가형 드론 무장 프로젝트에 적극 동참할 필요가 있다. 미군의 드론 무장을 돕고, 동시에 저가형 드론 대량 개발 및 생산 능력을 강화함으로써 한국군의 드론 전력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그 자체로 ‘K우주항공’의 경쟁력과 신인도는 크게 치솟게 된다. 이는 한·미 정상회담 이후 K방산이 모색해야 할 새로운 협력 분야로 꼽힌다.
한국의 안보협력 수준을 높이라는 미국의 요구가 거센 상황에서 우리가 선제적으로 미국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조처를 한다면 미국은 적극 환영할 것이다. 조선업만큼 드론산업에서도 미국의 처지가 다급한 점을 백분 활용한다면 한·미동맹의 현대화와 K우주항공 발전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귀근 전 연합뉴스 한반도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