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성능 8200t급 이지스구축함 ‘다산정약용함’ 진수

17일 오전 찾은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조선소 안으로 5분여 버스로 이동하자 눈 앞에 묵직한 철제 함체가 위용을 드러냈다. 차세대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급(KDX-Ⅲ Batch-Ⅱ) 2번함 ‘다산정약용함’이다.

 

진수식이 시작되자 현장은 묵직한 긴장감과 환호가 교차했다. 함정 진수는 해군 관습에 따라 안규백 국방부장관의 부인 심혜정 여사가 함정에 연결된 진수줄을 절단했다. 안 장관 내외와 주요 내빈들이 샴페인을 선체에 깨뜨리는 안전항해 기원의식도 진행했다. 이로써 다산정약용함은 물 위에서 바다로 나갈 준비를 마쳤다. 다산정약용함은 향후 해양 기반 한국형 3축 체계의 핵심전력이자 해군 기동함대의 주축 역할을 하게 된다.

 

17일 오전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차세대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급(KDX-Ⅲ Batch-Ⅱ) 2번함 ‘다산정약용함’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이보람 기자

다산정약용함은 해군의 다섯 번째 이지스구축함이다. 길이 170m, 폭 21m, 8200t급의 거대한 선체를 자랑한다. 최대 30노트(시속 55㎞)로 항해할 수 있다. 기존 세종대왕급 구축함에 비해 길이와 배수량이 모두 늘어나면서 정밀 타격 능력과 탑재 여력이 2배 이상 향상됐다. 구본철 해군 중령은 “다산정약용함은 우리나라 방어체계의 핵심 전력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지스 전투체계와 탄도미사일 방어체계를 동시에 갖췄다는 점에서 다산정약용함은 사실상 해상 요새라 불릴 만하다. 함교 상단에는 국내기술로 개발한 첨단 다기능 레이더(통합소나체계)가 자리잡고 있다. 잠수함 탐지거리가 기존 전투함보다 3배 이상 늘어나면서 잠수함과 어뢰 등 수중 위협에 대한 대응능력도 크게 높아졌다. 특히 다산정약용함은 탄도미사일에 대한 탐지와 추적능력이 강화됐다. 여기에 요격 기능까지 갖춰 주요 표적에 대한 원거리 정밀타격과 탄도 미사일을 탐지·요격할 수 있다.

 

함명은 국방의 기틀을 다진 위인들의 이름을 함명으로 제정하는 관례에 따른 것이다. 1번함은 정조대왕함으로 명명됐는데, 2번함은 정조대왕과 함께 실용 정신으로 부국강병을 이끌었던 다산 정약용의 애민정신과 혁신의지를 계승하자는 뜻을 담았다.  

 

진수식을 마친 다산정약용함은 시운전과 각종 시험평가 과정을 거치게 된다. 해군 인도는 내년 말로 예정돼 있다. 전력화 과정을 거쳐 기동함대사령부에 배치된 이후엔 서해·동해를 오가며 한반도 전역의 안보를 책임지게 된다.

 

이날 조선소 현장에는 군 관계자와 조선업계 인사, 그리고 다산 정약용의 정신을 기리려는 지역 사회 관계자들도 자리해 축하와 기대를 함께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