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강과 아름다운 산림이 어우러진 수도권 청정지역 경기 가평군이 최근 일자리와 산업이 모이는 살기좋은 자족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가평군은 인구 6만3000명의 작은 도시지만 전체 면적은 서울시의 1.4배나 된다. 임야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수도권의 산소공급원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수도권과 강원도를 잇는 교통의 중심지이자 지역균형발전의 매개로서 발전 가능성이 무한한 지역이기도 하다.
가평군은 지난 3년간 ‘접경지역 지정’이라는 제도적 전환점과 함께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생활 인프라 확충, 문화·관광 기반 조성 등에서 가시적 성과를 이뤘다. 군은 이 같은 변화를 기반으로 ‘정주인구 10만 자족도시’로의 비전을 더욱 가시화하고 있다.
◆접경지역 지정·교통인프라 확충으로 자족도시로 도약
가평의 최근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접경지역 공식 지정이다. 정부는 올 3월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 시행령을 개정해 가평군을 접경지역에 포함했다. 이로써 가평군은 향후 국비 지원, 접경지역 특례사업 등 국가 차원의 지원을 본격적으로 받을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이는 그동안 수도권 규제를 받으면서도 접경지역 지원에서는 소외됐던 정책적 역차별을 해소하는 출발점이라 할 수있다. 가평군은 그간 다양한 규제에 시달려 왔다. 특히 수도권정비계획법과 한강수계법, 군사시설보호법 등 중첩된 규제가 개발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 2월 이러한 규제 중 하나였던 ‘군사시설보호구역’ 일부가 25년 만에 해제됐다. 대상지는 상면과 조종면 일대 약 1040만㎡. 그동안 군이 국방부 등 관계기관과의 지속적 협의를 통해 이뤄낸 성과로 풀이된다. 인허가 절차 간소화, 지역 기반시설 확충, 주거 및 산업 입지 확대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가평군 발전의 핵심 과제 중 하나는 교통인프라 확충이었다. 그동안 좁고 단절된 도로망은 주민 생활과 관광객 유입에 큰 제약이 됐다. 이에 군은 1000억원 규모의 국도 75호선 청평~가평 간 도로개량 사업과 400억원 규모의 국도 75호선 마장~목동 도로개량 사업을 적극 추진해 왔다. 이 결과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기본 및 실시설계용역을 추진해 총연장 11.9㎞ 구간인 청평면 고성리 가평대교~가평읍 달전리 상수도사업소 구간과 7.3㎞ 가평읍 마장리~북면 목동리 구간에 대한 선형개선사업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해 말에는 달전지구·복장지구 위험도로 개선사업을 완료해 교통안전을 크게 향상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B)의 가평·춘천 연장과 가평·청평역 정차 추진도 이어지고 있다. 이는 서울 접근성을 높여 ‘정주인구 10만 자족도시’ 실현의 핵심축이 될 전망이다.
가평군은 또 열악한 공공의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군립의료원 설립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청평면 옛 국군청평병원 부지에 263억원을 투입해 2028년까지 공공의료기관을 신축하는 계획으로 24시간 응급의료 시설을 갖추게 된다. 가평군의 오랜 숙원이던 의료 사각지대 해소에 큰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인재육성재단 출범도 군의 역점 사업 중 하나다. 지난 5월 조례 제정 이후 연내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단은 장학사업과 평생교육, 청소년 복지 등을 통합한 교육복지 허브 역할을 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가평군은 지난 5월 제15회 경기도장애인체육대회와 제71회 경기도체육대회를 모두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이들 대회는 가평에서 70여년 만에 열린 사상 최대 규모의 종합체육대회로 군민과 자원봉사자, 공직자가 하나 돼 조직력을 입증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군은 이번 장애인체육대회에서 진흥상을, 체육대회에서는 모범선수단상과 성취상을 수상하며 개최 도시로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단순히 스포츠를 넘어 지역의 단결력과 행정 역량, 도시 브랜드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라섬·북한강 등 큰 인기… 소상공인 생존율 도내 2위
가평의 대표 관광지인 자라섬은 명실상부한 지역경제의 핵심축이다. 올해 ‘자라섬 꽃 페스타’는 봄 축제만으로 약 14만명의 방문객을 유치했다. 이 중 관외 유료 관람객은 9만3000명에 달해 군 단위 축제의 새로운 성공 모델을 만들었다. 3년 연속 경기대표관광축제에 선정되기도 했다.
군은 자라섬을 지방정원으로 등록해 최종적으로 국가정원 지정을 받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한 첫걸음은 서도~중도를 연결하는 수변생태관광벨트 조성사업이다. 올해 말 완료하고 자라섬 워케이션센터를 운영해 체류형 관광의 거점으로 만드는 게 전략이다.
‘북한강 천년뱃길’ 유람선 정기 운항, 디지털 관광주민증 운영 확대, 철도 연계 관광상품 개발 등 관광의 외연 확장 전략도 다각도로 추진되고 있다. 총사업비 296억원이 투입되는 가평 ‘미영연방 안보공원’ 역시 안보와 관광이 결합된 미래형 콘텐츠로 기대를 모은다.
소상공인 점포가 일정 기간 폐업하지 않고 영업을 유지하는 비율인 소상공인 생존율은 도내에서 가평군이 매우 우수한 편이다.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의 ‘경기도 소상공인 생존율 현황’에 따르면 경기도 소상공인 3년(2022∼2024년) 평균 생존율은 50.9%인데 가평군은 61.1%로 31개 시·군 중 2위를 차지했다. 특히 분야별 3년 생존율 중 서비스업의 경우 84.3%로 도내 1위를 기록했다. 지속되는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 속에서도 3년 생존율이 높게 나타난 것은 소상공인들의 노력과 군의 지원이 결합된 결과로 풀이된다.
가평군은 현재 정주인구 10만명 자족도시 실현을 위해 상하수도 기반시설을 집중 정비 중이다. 7개 하수처리장의 증설과 259㎞의 하수관로 정비사업을 2028년까지 추진해 도시기반과 환경 개선을 동시에 도모하고 있다.
‘군(軍)의 우리 군민화 운동’을 통해 군 장병 1만여 명을 지역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정책도 펴고 있다. 군정시책 홍보와 주요 관광지 투어, 정착 유도 프로그램 등을 적극 펼치고 있다.
가평군 관계자는 “지난 3년이 각종 규제 속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성장동력을 찾는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그 가능성을 체감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가야 할 때”라며 “가평군이 가진 저력을 군민의 삶 속에서 실감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태원 가평군수 “평화경제특구 지정 가시화… 도시 성장의 전환점 기대”
“쉼과 낭만이 공존하는 자연의 도시 가평이 최근 폭우로 너무나 큰 인명·재산피해를 입었습니다.”
서태원(사진) 경기 가평군수는 “민·관·군 각계에서 건넨 따뜻한 도움의 손길로 빠르게 본래 모습을 되찾고 있다”며 “현재는 도로 응급복구에 이어 전력·통신 등의 시설이 정상 가동되는 등 곧 평온했던 일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14일 세계일보와 만난 서 군수는 “가평은 현재 군민 등 군 공동체가 힘든 시간을 함께 하면서 더 단단한 하나가 됐다”며 “이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내는 선순환 구조의 공동체 문화가 조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서 군수는 “(민선 8기 출범 이후) 그동안 가평은 접경지역 공식 지정과 경기도종합체전 성공 개최, 경기도의회 의정연수원 유치 실패, 평화경제특별구역 추가 지정 가시화, 기록적인 폭우 피해 등 그야말로 기회와 위기가 공존한 시기였다”고 자평했다.
그는 접경지역 공식 지정을 비롯한 조종면 일대 등의 군사시설 보호구역 해제와 경기도종합체육대회 성공 개최, 군립의원 설립 추진, 인재육성재단 설립 가시화, 가평 미 영연방 안보공원 조성사업 추진, 교통 인프라 개선 등을 지난 3년간의 주요 성과로 꼽았다.
서 군수는 “최근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 시행령 개정에 따른 가평군 평화경제특별구역 추가 지정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이는 군의 중장기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남은 임기 동안 정주인구 10만명에 대비해 기반을 더욱 확충하고 이를 통한 도시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며 “교통인프라 확충과 소각장 건립, 군립의원 설립 본격화 등을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가평군은 2034년까지 총 사업비 약 1조7600억원을 투입해 6개 노선(65.8㎞)에 달하는 광역도로 등을 개설·확장한다는 계획이다. 6개 주요 도로망 개설사업은 △제2경춘국도 건설 △국도 75호선 확장 △하천IC~고성 간 도로 개설 △지방도 387호선 도로 개량 △두밀~대보 간 2차선 도로 개설이다.
서 군수는 “지난 3년간 군 발전을 위해 군민과 함께했기에 접경지역 지정과 경기도 종합체육대회 성공 개최 등의 큰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며 “이를 통해 ‘우리가 해냈다’는 자부심과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의 모든 성과는 군민의 관심과 참여로 이뤄진 것”이라며 “남은 임기도 군민과 함께 ‘더 나은 가평, 더 큰 도약’을 향해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