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강남역 인근에서 약속을 잡을 때면 “뉴욕제과 앞에서 만나자”는 말이 일상적이었다. 접근성과 인지도가 높았던 그 장소는 자연스럽게 만남의 ‘랜드마크’가 됐다. 2025년 현재 강남대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번에는 ‘올무다(올리브영·무신사·다이소)’라는 새로운 상권 구도가 만들어낸 변화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무다’는 뷰티, 패션, 생활용품 분야의 대표 리테일 브랜드인 올리브영, 무신사, 다이소의 앞 글자를 딴 신조어다. MZ세대와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끌며 오프라인 유통의 핵심 채널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 3사는 최근 서울 강남 핵심 상권인 강남대로 일대에 대형 오프라인 매장을 잇따라 출점하며 강남을 ‘K-쇼핑’의 격전지로 만들고 있다.
무신사는 지난 1일 강남대로 인근에 약 350평 규모의 ‘무신사 스토어 강남’을 정식 오픈했다. 이는 2022년 ‘무신사 스탠다드 강남점’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두 번째 오프라인 매장으로, 이번에는 자체 브랜드(PB)가 아닌 130여개 브랜드의 큐레이션 편집숍 형태다.
강남대로는 서울 내에서도 가장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으로, 특히 외국인 방문객 수요가 집중된다. 강남구청의 ‘2024 외국인 관광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강남을 찾은 외국인은 540만 명으로, 전체 방한 관광객의 33%를 차지했다. 무신사는 이러한 수요에 대응해 강남점을 외국인 친화형 매장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헬스&뷰티(H&B) 대표 브랜드 올리브영은 강남대로 일대에만 총 6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 2월에는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 ‘센트럴 강남 타운’을 오픈하며 전국 두번째 규모의 대형 플래그십 매장을 선보였다.
해당 매장은 제품 체험존, 휴게 공간 등 복합적인 쇼핑 경험을 제공해 외국인 관광객뿐 아니라 2030세대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가성비 쇼핑의 대명사 다이소도 강남대로에 본점과 강남역2호점 등 2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3층 규모의 강남본점은 실용적인 상품과 외국인 관광객의 기념품 구매처로 자리 잡으며 방문 필수 코스로 주목받고 있다.
결국 ‘올무다’ 3개 브랜드는 강남 지역에서만 총 10개 매장을 운영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들 브랜드의 집중 출점이 강남 일대 유동 인구를 흡수하면서, 상권 전체에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제 강남대로를 방문하면 패션부터 뷰티, 생활잡화까지 한국의 대표 라이프스타일을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다”며 “교통 요충지에 핵심 브랜드가 집결하면서 성수, 한남 못지않은 격전지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 외에도 ‘올무다’ 삼각지 구도는 홍대, 명동 등 서울 주요 상권에서도 두드러진다. 홍대에는 △무신사 스토어 △무신사 스탠다드 △올리브영 홍대놀이터점 △올리브영 홍대타운 △다이소 홍대입구점·홍대2호점 등 브랜드별 핵심 매장이 밀집해 있다.
홍대·명동 매장의 매출 중 약 45%가 외국인 고객에 의해 발생하고 있으며, 최근 하나카드가 발표한 2024년 결제 데이터에서도 무신사(343%), 올리브영(106%), 다이소(49%)의 외국인 소비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무다’ 브랜드의 집결은 인근 소상공인 및 상권 전반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성수동에 ‘무신사 스토어 성수@대림창고’와 ‘올리브영N성수’가 들어선 이후 해당 지역의 업종별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AI 상권 분석 플랫폼 오픈업에 따르면 지난 5월, 올리브영N성수가 위치한 성수2가3동의 뷰티 업종 월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63% 증가했고, 무신사 성수점이 위치한 성수2가1동에서는 의복 업종 매출이 무려 468% 급증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이 오프라인 유통의 핵심 소비층으로 떠오르며, 리테일 브랜드의 입지 전략이 한층 중요해졌다”며 “올무다 3사의 강남 집중 출점은 지역 상권 부흥은 물론, 오프라인 쇼핑의 미래를 다시 설계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