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가 좌석 없이 운영되는 ‘픽업 전용 매장’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비대면과 효율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브랜드 본연의 철학인 ‘따뜻함’, ‘환영받는 공간’으로의 회귀를 선언한 조치로 해석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브라이언 니콜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3분기 실적 발표 후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이 같은 방침을 공식화했다.
그는 “픽업 전용 매장은 지나치게 거래 중심적이었다”며 “스타벅스를 정의하는 따뜻함과 인간적인 연결이 부족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좌석이 있는 기존 매장에서도 모바일 주문을 통해 픽업 매장 수준의 편의는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픽업 매장 철수…“스타벅스다움 회복할 때”
픽업 전용 매장은 2019년 미국 뉴욕에서 처음 선보였다. 2020년 당시 CEO였던 케빈 존슨의 주도로 팬데믹 이후의 소비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대도시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대됐다. 현재 미국 내에서 약 90개 매장이 운영 중이다.
브랜드 이미지와 고객 경험의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면서 스타벅스는 결국 픽업 전용 매장의 점진적인 폐지 결정을 내렸다. 일부 매장은 좌석과 체류 공간을 갖춘 일반 매장 형태로 전환될 예정이다.
니콜 CEO는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다시 스타벅스로(Back to Starbucks)’라는 경영 전략 아래 자동화나 인력 감축보다는 브랜드 정체성 회복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는 “올해 4분기에는 좌석과 드라이브 스루 기능을 모두 갖춘 ‘미래형 커피하우스’를 공개할 것”이라며 새로운 전략 방향을 예고했다.
메뉴 단순화, 매장 내 체류 경험 강화, 음료 제공 시간을 4분 이내로 단축하는 등 고객 만족도와 운영 효율을 동시에 높이기 위한 실적 개선 전략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실적은 하락세…전략 전환 효과 ‘미지수’
현재까지 실질적인 성과는 제한적이다. 3분기 미국 내 매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 감소하며 6분기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순이익 역시 같은 기간 47% 급감한 5억5800만달러(약 7762억원)에 그쳐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픽업 매장 폐지를 단순한 운영 전략 조정이 아닌 스타벅스가 브랜드 철학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하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한 브랜드 전략 전문가는 “팬데믹 이후 확산된 비대면·속도 중심의 소비 문화는 스타벅스의 핵심 가치인 ‘사람 중심의 경험’과 충돌해 왔다”며 “이번 결정은 소비자와의 감성적 연결을 회복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니콜 CEO가 강조한 ‘인간적인 연결’은 단순히 좌석 유무의 문제가 아니라, 스타벅스가 소비자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본질적 질문”이라며 “이번 변화는 효율보다 체험을 중시하고, 머무르고 싶은 공간으로서의 브랜드 가치를 되살리기 위한 필수적인 전략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단기적으로는 실적 부진이 이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가치 회복과 고객 충성도 제고에 긍정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