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관세협상을 타결하면서 한국은행이 이달 발표하는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관세 불확실성 제거,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효과와 내수 회복세 등을 고려할 때 한은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0.9%∼1% 수준으로 높여 잡을 것으로 글로벌 은행들은 내다봤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글로벌 은행들은 이번 관세협상이 시장 전망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으며, 일부 합의 내용에 대해서는 오히려 한국에 유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과 미국은 앞서 상호관세와 자동차에 대한 품목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미국에 3500억달러(약 490조원)을 투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합의안을 도출했다.
캐슬린 오 모건스탠리 연구원은 지난 31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이번 관세협상을 두고 “한국을 특정한 관세 리스크가 제거돼 다소 안도감을 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오 연구원은 “특히 자동차의 경우 한국이 대미 수출 경쟁국들과 대등한 위치에 서게 됐다는 점에서 (합의안을)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우리는 반도체에 대한 관세를 한국에 대한 가장 큰 리스크 요인으로 봤지만, 이번 합의로 리스크 수준이 낮아졌다”고 짚었다.
이번 합의가 한국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3500억원 상당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지만, 조선업·반도체·이차전지 산업 모두 한국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분야라 미국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김진욱 씨티그룹 한국 담당 수석연구원은 “겉보기엔 미국이 큰 승리를 거둔 것처럼 보이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한국에 유리하다”며 “한국이 (3500억달러라는) 표면적인 숫자를 부풀려 다른 분야에서 (미국의) 양보를 얻어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투자가 이뤄지더라도 대부분 산업은행 등의 대출과 보증으로 구성돼 기업 직접투자 등 민간 부문의 부담은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 추경 반영해 성장 전망치 상향할 것”
한은은 지난 5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존 1.5%에서 0.8%로 대폭 하향했다. 당시 미국이 통보한 ‘기본 관세 10%, 품목별 관세 25%’ 기준에 따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15% 안팎으로 추정했는데, 상호관세율이 15%보다 크게 낮춰질 경우 성장률이 0.1%포인트 더 오르고, 25% 수준으로 오른다면 0.1%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봤다.
전문가들은 관세협상 관련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한국은행이 GDP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 연구원은 “무역 협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한은이 최근 발표된 경기 부양책을 반영해 성장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노무라금융투자는 지난 31일 낸 보고서에서 한은이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8%에서 0.9%로, 내년 전망치는 1.6%에서 1.8%로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한은이 8월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렸다. 오 연구원은 한은이 이달 28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주택 시장 안정세의 지속 여부가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BNP파리바는 지난 31일 보고서를 내고 한은이 8월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10월과 11월 중 한 차례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최종 금리 전망은 2.25%로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