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를 주제로 한 드라마가 연이어 시청자들을 만나며 방송가의 눈길이 쏠린다.
MBC는 1일 새 금토드라마 ‘메리 킬즈 피플’을 선보인다. 작품은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들의 마지막을 돕는 의사와 이들을 추적하는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다. 배우 이보영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조력 사망을 돕는 응급의학과 의사 우소정 역을 맡았고, 시한부 말기암 환자이자, 형사 조형우를 이민기가 연기했다. 드라마 ‘모범택시’, ‘크래시’ 등을 만든 박준우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영화 ‘관능의 법칙’, ‘나의 특별한 형제’를 집필한 이수아 작가가 함께했다.

드라마는 세계적으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는 안락사를 다룬다. 박준우 감독은 전날 제작발표회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안락사를 정면으로 다룬 드라마”라며 “한국에서는 불법이지만 안락사를 허용하는 나라도 있는데, 안락사라는 화두를 던질 수 있는 드라마가 아닐까 싶다”고 소개했다.
박 감독은 “형식은 스릴러이지만, 본질은 가족극”이라며 “죽음이라는 영원한 이별을 앞둔 사람들간의 관계성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안란사 논란을 의식한 듯 “안락사가 필요하다거나 해야 한다는 내용은 아니다”면서 “안락사에 대해서는 각자 개인들만의 입장이 있다고 생각하고, 행복한 죽음을 보장하는 지름길이나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씀을 드리진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드라마는 ‘19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절제된 방식으로 연출을 했음에도 주제의 민감성을 감안해 청소년 관람불가 심의가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주연을 맡은 이보영은 “대본을 받을 당시 해외 노부부가 조력 사망으로 함께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남편과 이야기를 나눴다”며 “옳고, 그르다를 말할 수는 없어 걱정되지만, 이런 주제를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해 “아픈 사람들을 구원하고 고통을 끝내준다는 선한 캐릭터로 생각하고 연기했는데, 보시는 분들에 따라 ‘불법 아니냐’, ‘어떻게 저렇게 사람의 목숨을 끝낼 수 있느냐’는 반응을 보이며 논란이 될 수도 있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된 시리즈 ‘트리거’는 총기 사건을 주제로 한 액션 스릴러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드라마는 총기 청정국인 대한민국에 출처를 알 수 없는 불법 총기가 배달되면서 발생하는 사건을 다뤘다. 총기 재난 상황을 다루며 총기 합법화 등에 따른 부작용 같은 사회적 문제까지 파고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은 트리거에 대해 “미국에서 제작됐다면 흔한 액션물로 여겨졌겠지만, 한국은 100명당 총기 보유율이 0.2정에 불과할 만큼 총기 규제가 엄격하다”며 신선한 개념으로 주제로 총기 폭력을 다뤘다고 평가했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인 흥행을 했던 ‘오징어게임’ 시리즈는 양극화, 사회 부조리 등을 다루고, ‘더 글로리’도 학교폭력을 주제로 해외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며 “로맨스 장르에 치중하는 것 같았던 K-드라마가 해외 콘텐츠보다 더 빠르게 다양한 사회 변화를 반영하면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