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적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극심한 식량난이 이스라엘 정부에 의해 의도적으로 유도된 것이라는 정황이 나왔다. 가자지구에 필요한 식량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해 필요량의 4분의1도 안 되는 식량만 반입을 허용했다는 것이다.
3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로의 구호물자 배송을 관리해 온 이스라엘의 국방부 산하 기구 코가트(COGAT) 등을 통해 수년간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열량을 계산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기아 사태는 피하면서 가자 경제를 붕괴시키는 등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최적의 식량 공급량을 파악해왔다는 것이다.

코가트 자료에 따르면 이 기관은 2000년대 중반 팔레스타인인 1인당 하루 최소 2279칼로리가 필요하며, 이는 1.836㎏의 식량을 통해 충족될 수 있다고 계산됐다. 이는 현재 인도주의 단체들이 기본 식량으로 가자지구에 공급을 요구하고 있는 1㎏보다 훨씬 많은 양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정작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단 5만6000t의 식량만 가자지구로 반입을 허용했다. 이 기간 최소 필요량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가디언은 공급되는 식량의 절대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유엔이 구호식량을 모두 배포하고 미국과 이스라엘이 만든 구호단체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이 원활한 배급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하더라도 대량 기아는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최근 아사자가 급증하는 등 극심해진 가자지구 식량난이 의도적으로 유도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가디언은 “필요한 칼로리와 3월 이후 유입된 식량 사이의 엄청난 격차는 이스라엘 당국자들이 오늘날 다른 ‘계산’을 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유엔 기구와 비영리단체 등으로 구성된 기아 감시 시스템인 통합식량안보단계(IPC)도 최근 보고서에서 가자에 대한 식량 공급은 “필요한 수준에 훨씬 미달하는 규모”로 이뤄지고 있으며, “물자 반입에 대한 극심한 제한”이 계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가자의 기아 상황은 IPC 기준 5단계 중 최상위 단계인 ‘기근’에 도달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구호품을 약탈하고 있다면서 여전히 ‘최소한의’ 추가 지원만 약속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