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 첫 번째 사업자 선정 결과, 전남과 제주에 총 8개 사업자가 선정됐다. 배터리 생산업체 중 삼성SDI가 참여한 컨소시엄들이 전체 물량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하면서 첫 번째 승부에서 큰 우위를 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거래소는 1일 중앙계약시장위원회를 개최해 전남도 내 7개 지역과 제주도 1개 지역으로 8곳에서 8개 기업을 사업자로 선정하고, 이들이 공급하는 ESS 규모를 563㎿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선정된 지역은 전남(523㎿)의 고흥, 황금, 안좌, 영광, 무안햇빛, 진도, 읍동과 제주(40㎿) 표선으로, 선정된 8개 기업은 모두 배터리 업체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응찰했다.
배터리 업체별로는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이 참가한 컨소시엄이 각각 전체 물량의 76%와 24%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상대적으로 비싼 삼원계(NCA)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어서 생산 단가가 낮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내세운 경쟁사들에 비해 불리할 것으로 당초 예상됐다. 그러나 비가격 평가 요소에서 우위를 점하며 많은 물량을 따냈다. 삼성SDI는 ESS용 배터리 셀 대부분을 울산공장에서 생산하고, 소재 및 부품 공급망도 국내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비가격 평가 부문의 ‘산업·경제 기여도’ 항목에서 경쟁사 대비 압도적 우위를 차지한 것으로 추정됐다.
최근 정부가 국내 산업 생태계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배터리 ESS는 전력공급이 수요보다 많을 때는 전기를 충전해뒀다가 전력수요가 늘면 저장된 전기를 사용하는 보조배터리 같은 설비다.
정부는 지난 2월 육지와 제주에 총 540㎿ 규모 ESS를 도입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마련하고 사업자 모집에 나섰다. 선정된 사업자별로 공급 용량을 다소 늘릴 수 있도록 허용한 결과 이번에는 총 563㎿ 규모로 확정됐다. ESS 사업을 할 기업 8개사는 이들 지역에 있는 변전소 인근 부지에 내년 말까지 ESS를 구축할 예정이다.
산업부와 전력거래소는 오는 10월 2차 사업자를 모집한다. 선정 기준은 1차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선정된 사업자들은 2026년까지 ESS 설비 구축을 마무리하고 사업 시작 이후 15년간 낙찰 때 써낸 단가로 전력거래소의 급전 지시에 따라 전기를 충전하거나 공급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