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가 과자 부스러기를 들고 간다
어제저녁 내가 흘린 것이다
제가 뚫어놓은 굴로 들어가기에
나도 따라 들어갔다
통로는 끝없이 이어졌다
그리하여 작고 좁다란 길이면
어디든 닿을 수 있는 듯 보였다
승강장에 도착하는 지하철처럼
나는 당신의 귓속까지 이르렀고
이마저도 지나고 나니 어느 틈엔가
내 등에 음악들이 짊어져 있었는데
앞서가던 그 개미 한 마리
문득 제자리에 멈춰 서더니
힘든데 잠시 쉬었다 가자고
그래서 나는 그렇게 했다
발끝은 계속 까닥거리며
-계간지 ‘현대문학’(2025년 8월호) 수록
●전욱진
△1993년 경기 용인 출생. 2014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 ‘여름의 사실’, 산문집 ‘선릉과 정릉’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