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19일 오전 9시10분쯤, 호우 피해 지역인 경북 예천군 내성천 보문교 일대에서 실종자 수색작전 도중 해병대 제1사단 포병여단 제7포병대대 소속 채수근 일병(순직으로 상병 추서)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14시간여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해병대 수사단은 당시 현장 간부와 해병들을 조사해 ‘무리한 수색 지시’가 원인임을 밝혀냈으나, 수사 결과를 발표하려 한 같은 달 31일 갑작스레 일정이 취소됐다. 순직 해병 수사 외압 의혹 사건의 도입부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년 가까이 수사를 이어온 이 사건은 이제 이명현 특별검사가 이끄는 특검팀에 의해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길 기다리고 있다. 이 특검은 서울 서초구 한샘빌딩에 마련한 사무실 입주가 마무리되는 다음 주부터 수사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24일 채해병 특검법을 살펴보면 이 특검은 채 해병 순직 사건 자체와 윤석열 정권의 공수처 수사 외압 의혹,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등 8개 사건을 수사한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사건 은폐와 무마 등을 지시를 했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지금까지 진행된 수사기관들의 수사 내용에 따르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해병대 수사단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려 한 2023년 7월31일 오전 11시54분 대통령실 내선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발신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 전 장관은 전화를 끊은 뒤 박진희 전 장관 군사보좌관의 휴대전화로 김계환 당시 해병대 사령관에게 연락해 언론 브리핑을 취소하고 경찰에 사건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했다.

이른바 ‘VIP 격노설’이 제기된 시점이다.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조사 결과를 보고받고는 ‘이런 일로 (임 전)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겠느냐’며 크게 화를 냈고, 이것이 조사 결과 발표와 이첩 보류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군검찰에 낸 진술서에는 “김 전 사령관이 ‘대통령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다녔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통화 기록과 함께 사건 관계자들 조사를 통해 VIP 격노설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공수처는 지난해 1월부터 수사에 착수해 김 전 사령관 휴대전화에서 해병대 고위 간부에게 격노를 언급한 통화 내용과 관련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대통령의 2023년 7∼9월 휴대전화 통신기록도 갖고 있다. 특검은 이를 이어받아 수사에 활용할 예정이다.

임 전 사단장 구명 의혹도 주요 수사 대상이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뒤집고 임 전 사단장을 무리한 수색을 지시한 혐의자에서 뺐다. 사건 다음날 보직을 포기하려 한 임 전 사단장은 이 전 장관으로부터 정상 출근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후 그는 전산으로 휴가를 신청했다. 특검은 임 전 사단장 구명이 이 전 장관의 판단인지, 보다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밝혀낼 필요가 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한 변호사와 통화에서 임 전 사단장의 사표 소식에 “절대 사표내지 마라, 내가 VIP에게 얘기하겠다(고 했다)”고 하는 녹취록이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된 일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 밖에 공수처 수사 대상이었던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과 출국금지 해제 및 도피 의혹, 윤 전 대통령이 박 대령의 항명 사건 수사와 공수처 수사 등에 관여했다는 의혹 등의 규명이 이 특검의 과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