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기반 스테이블코인과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토큰증권(STO) 등 국내 디지털 자산 시장이 이재명정부의 출범과 함께 들썩이고 있다. 특히 가상자산 투자자들을 비롯해 사업자들은 이재명정부에서 진행 중인 디지털 자산 관련 법제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법제화와 지원책 선후에 따라 관련 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디지털 자산은 각자 다른 역할과 목적, 제도적 특성을 보이는 만큼 법제화 속도에도 차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STO의 경우 국회와 금융당국의 이견이 없어 최근 최우선 법제화 대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결제 인프라를 노리는 스테이블코인
15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하며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원화기반 스테이블 가상자산은 가격이 고정된 디지털 화폐다. 일반적으로 ‘1코인=1달러’처럼 법정화폐와 1대 1로 연동되며, 가치의 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가상자산이다.
스테이블 가상자산은 가상자산 시장 내 유동성 확보 수단이자, 위험 회피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또 국경을 초월한 송금과 결제 인프라의 혁신적 수단으로 주목받는다. 대표적인 스테이블코인으로는 테더(USDT), USD코인(USDC) 등이 있으며, 국제 송금 시장과 글로벌 전자결제 시스템에서 활용 사례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2025년 3월 기준,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는 약 333조원으로, 전년 대비 약 두 배 성장했다. 국내 유통 규모도 80조원에 육박하며 투자자 관심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위한 여당의 의지는 확고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허용과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위원회 설치 등을 포함한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문제는 제도적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외에도 전자금융거래법, 자본시장법, 외국환거래법 등 다수의 법령 개정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간의 규제 주도권 갈등이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화폐의 대체재로 기능할 수 있으며, 비은행 기관이 자유롭게 발행할 경우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실제 원화 스테이블코인 통용을 위한 법령 정비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제도권 문턱에 선 가상자산 현물 ETF, 과제 산적
가상자산 현물 ETF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의 가격 흐름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다. 2024년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비트코인 현물 ETF를 공식 승인했고, 이후 홍콩도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 기반 ETF를 승인하면서 아시아 시장에서도 제도화가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비트코인은 글로벌 자산 시가총액 5위에 올랐으며,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이 출시한 비트코인 현물 ETF는 전체 ETF 시장에서 자금 유입액 3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가상자산 ETF는 제도권 투자자산으로서의 위상을 빠르게 확보하고 있다.
가장 큰 강점은 투자 접근성이다. 일반 투자자는 복잡한 거래소 가입 절차나 지갑 관리 없이, 기존 증권계좌만으로 간접 투자가 가능하다. 특히 기관 투자자의 경우 내부 규정상 가상자산 직접 매입이 어려운 현실에서, ETF는 법적 제약 없이 가상자산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합법적 통로로 기능하고 있다.
하지만 가상자산 현물 ETF의 경우에도 국내 도입을 위해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높은 변동성이 문제다. 비트코인의 가격 급등락은 ETF 수익률에도 그대로 반영돼 투자 위험이 크다.
특히 자본시장법상 가상자산이 기초자산으로 명시되지 않아 법 개정 없이는 ETF 상장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또한 제도 기반 구축을 위해선 신뢰성 있는 가격지수 개발, 수탁 및 보관 인프라 확충, 자금세탁 방지 체계 마련 등이 필요하다. 한국거래소 차원에서도 대표성 있는 지수 구성, 공시 요건 강화, 투자자 보호 장치 마련 등이 병행돼야 한다. 이처럼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아, 업계는 국내 가상자산 ETF 도입 시기를 빠르면 2027년 전후로 전망하고 있다.

◆STO, 실물 기반 안정성으로 제도권 편입 ‘청신호’
STO는 실물자산이나 금융자산을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토큰으로 발행하고, 이를 자본시장법상 증권으로 인정받아 합법적으로 거래할 수 있게 한 새로운 금융상품이다.
수십억원 규모의 빌딩이나 고가의 미술품을 1만원 단위로 나누면, 투자자들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임대 수익이나 매각 차익을 비례적으로 분배받을 수 있다. 디지털 기술로 소유권은 투명하게 기록되고 수익 분배는 자동화되고 기존 조각투자보다 법적 안정성과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한층 진화했다.
STO는 현재 국회 여야와 금융당국의 일치된 지지를 받고 있다. 실물자산이라는 점 때문에 다른 디지털 자산과 근본적으로 다른 취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투기성 논란이 큰 일반 가상자산과 달리 자산의 가치 원천이 명확하고, 자본시장법에 따른 완전한 투자자 보호 체계를 갖췄다.
이에 디지털 자산 업계는 이재명정부에서 첫 디지털 자산 법제화 대상으로 STO를 꼽고 있다.
특히 금융위원회는 STO 제도화에 전례 없는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한 달 동안 5차례에 걸쳐 공식 행사에서 STO를 언급하며 정책적 의지를 분명히 한 금융위는, 자본시장전략포럼 출범과 전담기구 신설, 입법예고 등 제도화 수순을 빠르게 밟고 있다. 지난달 8일에는 그동안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운영돼온 비상장주식 및 조각투자 유통플랫폼과 국내주식 소수점거래 서비스를 반영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등의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한 가상자산 업계의 전문가는 “스테이블코인은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간의 규제 주도권 갈등, 가상자산 ETF는 높은 변동성과 제도 기반 부족으로 인해 본격 도입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며 “반면 여야는 물론 금융당국까지 이견 없이 지지하는 STO가 가장 빠르게 법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