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美가 공습 승인한 것”… 병력 움직이는 美

“이스라엘 공습, 美 승인 없인 불가능한 일”
이란·美 ‘핵 개발 중단’ 협상 중단 위기 놓여
美, 미사일 요격 돕고 구축함 전방 이동 지시
서로 “레드라인 넘었다”며 보복 악순환 예고

중동 지역 내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공습이 미국의 승인 아래 단행됐다며 미국과의 핵 관련 협상이 무의미해졌다고 잘라 말했다. 미국은 이스라엘 방어를 위해 자국 군사자산을 동원하고 나섰다.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이란의 보복 공습을 막기 위해 아이언돔 미사일을 발사하는 가운데 이란의 발사체들이 도심 빌딩에 떨어지는 모습. AP연합뉴스

13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스라엘의 공격은 미국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미국을 향해 “협상을 주장하면서도 동시에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이 이란 영토를 공격하도록 역할을 분담했다”고 말했다. 

 

바가이 대변인이 언급한 ‘협상’은 이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과 진행 중인 핵 개발 관련 논의를 말한다. 협상 테이블 위엔 이란의 핵 개발 중단과 미국의 대(對)이란 경제제재 해제가 올라와 있다. 양국은 15일 오만에서 6차 협상을 벌일 예정이었지만,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단행하면서 협상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양국은 민간용으로 사용되는 저농축 우라늄 개발 허용 문제로 협상에서 평행선을 걷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란은 합의할 기회를 놓쳤지만 또 한 번의 기회가 있을 수 있다”며 협상 속개 여지를 남겼다.

 

협상과 별개로 미국은 이란의 대규모 탄도미사일 보복 공습에 대응하고 나섰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이란은 미사일 100여기 이상을 이스라엘 본토로 쏘아올렸고, 군은 미사일 대부분을 요격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요격을 지원했고, 추가 보복에 대비해 주요 구축함의 전방 이동을 지시했다. 

13일(현지시간) 이란의 보복 공습을 당한 이스라엘의 도심에서 구조대가 활동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란과 이스라엘은 서로 ‘레드라인’(위반시 대가를 물어야 할 금지선)을 넘었다며 ‘보복의 악순환’을 예고하고 있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13일 새벽 전투기 200여기를 동원해 이란 중부 나탄즈 핵시설과 군 고위직 은신처 및 주거지, 탄도미사일 생산기지 등에 폭탄 330발 이상을 퍼부어 핵 과학자가 최소 6명 이상 살해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보복 공격이 민간인 밀집지역까지 영향을 미친 점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양국의 설전은 이란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도 이어졌다.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대사는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위반해 야만적이고 범죄적인 공격을 벌였다고, 이스라엘 측 대니 다논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는 “이란 정권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면서 자국 안보를 위해 감행한 공격이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