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저편에
군화와 총대와 시신이 나뒹구는 세계가
지금도 있다
벗겨진 군화의 밑창에는
거친 평온이라도 있을까
쓰러져 누운 자
쓰러뜨려 눕힌 자
그들의 찢어진 삶이
햇볕에 반사된다
나는 그들을 내려다보는 자
생명 있는 자가 생명 없는 자에게
생명 없는 자가 생명 있는 자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울음과 울음 사이에
말 없는 눈물이 있을 뿐
다큐 같은 뉴스
죽음 가까운 실눈으로
세상을 건넌다
못난 침묵으로, 겨우
-시집 ‘더 헐렁하게 사랑하든지’(강) 수록
●이사라
△1953년 서울 출생. 1981년 ‘문학사상’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히브리인의 마을 앞에서’, ‘미학적 슬픔’, ‘시간이 지나간 시간’, ‘숲속에서 묻는다’, ‘가족박물관’, ‘훗날 훗사람’, ‘저녁이 쉽게 오는 사람에게’ 등 발표. 대한민국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