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에게 미안”… 이재명 사과까지 불러온 ‘출산 가산점제’ 논란 [미드나잇 이슈]

“여성 출산 가산점 있을 것” 민주 김문수, 선대위 사퇴
이재명, 지지자에 “사유와 과정 불문하고 미안” 메시지
민주 “검토한 바 없다” 해명에도 국민의힘·이준석 비판
출산·비출산 여성, 남녀 차별 문제 등 현실성 떨어져

21대 대통령 선거 운동이 본격으로 시작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출산 가산점제’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는 중이다. 같은 당 김문수 의원이 한 유권자에게 출산 가산점제를 추진할 것이란 취지로 보낸 문자가 화근이 됐다. 당은 물론 이재명 후보가 직접 나서 선을 그으며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왼쪽)와 김문수 의원. 오른쪽은 김 의원과 지지자 간 문자. 김 의원 페이스북·엑스 캡처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출산 가산점제 관련 논란에 휩싸인 김 의원은 전날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유세본부 부본부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저의 잘못된 인식과 정확하지 않은 정보로 분노하신 모든 분들께 사과드린다”며 “민주당과 선대위에서는 출산 가산점제에 대한 어떠한 검토도 한 바 없다고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에 책임을 지고, 총괄선거대책본부에서 맡고 있던 직책을 내려놓겠다”며 “앞으로 더욱 겸손한 자세로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했다. 

 

선대위 공보단도 공지에서 “민주당은 출산 가산점제에 대해 검토하거나, 논의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재명 후보도 직접 움직였다. 그는 출산 가산점제에 문제를 제기하는 한 유권자에게 답장을 보내 “‘빛의 혁명’의 주역이고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기둥인 그들(여성들)에게 이런 마음을 들게 했으니 사유와 과정을 불문하고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사과문을 올린 김 의원에게도 추가 사과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4일 경남 창원시 상남분수광장에서 열린 집중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김 의원은 최근 민주당이 발표한 이재명 후보의 10대 대선 공약에 ‘군 복무 경력 호봉 반영’이 포함된 반면, 여성 공약이 없는 것에 대한 한 유권자 항의 문자에 ‘여성은 출산 가산점과 군 가산점이 있을 것’이라고 답해 논란을 촉발했다. 이후 여성 지지층의 반발이 이어졌고,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비판에 가세했다.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함초롬 상근부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출산율 0.75명에 육박하는 대한민국에서 출산을 가산점으로 생각하는 탁상공론은 너무나도 무책임한 행보”라며 “민주당이 여성 표를 단지 정략적 도구로 삼아왔다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이준석 후보도 이날 부산시유림회관에서 성균관유도회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출산한 여성과 출산하지 않거나 못한 여성을 갈라치기 하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출산 가산점제는 정치권에서 논의를 시작하는 것조차 민감한 주제 중 하나다. 2013년 이른바 ‘엄마 가산점제’라 불리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법 개정안이 2013년 국회에서 논의된 적이 있다. 개정안에는 임신·출산·육아 경험이 있는 여성에게 취업 시 가산점을 주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각종 비판과 논란 속에 법안 통과에는 이르지 못했다. 당시 법안은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신의진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우선 출산 가산점제는 ‘아이를 안 낳으면 여성이 아닌 거냐’라는 물음에 답을 내놓을 수 없다.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 여성은 물론, 낳고 싶어도 낳지 못하는 난임 여성에게는 이 제도가 또 다른 상처를 줄 수 있다. 

 

현실화 가능성 역시 낮다. 사회 초년생 여성의 경우 취업을 하기 전 아이를 낳는 경우가 매우 드물뿐더러 단순히 임신만 하면 가산점을 줄건지, 출산 후 양육 여부를 고려할 것인지 등 기준 설정도 쉽지 않다. 또 군 가산점 제도가 위헌 결정이 난 만큼, 특정 여성 집단에 비슷한 형태의 가산점을 주게 될 경우 젠더 갈등을 유발할 수 있고 법적 논란까지 일으킬 소지가 있다.

 

해당 발언을 한 김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자녀를 많이 낳는다고 점수를 주겠다는 발상은 비혼여성이나 자녀를 갖지 못하는 또는 않는 여성들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다”며 “또 20대 초반에 주로 입대하는 남성들과 산모 평균 출산연령(33.6세, 2023년 기준)을 비교해도 적절하지 않다”며 출산 가산점제의 문제점을 인정했다.

 

민주당은 조만간 교제폭력 처벌 강화, 유연근무제 확대 등 여성·성 평등 관련 공약을 발표해 여성 표심 달래기에 나설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