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30일 ‘특혜 채용’ 의혹을 받는 고위공무원 자녀 등 8명의 임용 취소 처분과 관련해 “처분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발생할 수 있지만 대선 30일 이전에 비리척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며 직원들을 설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사무총장은 이날 선관위 내부망에 올린 ‘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서 “스스로 살을 도려내는 듯한 고통스러운 심정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엄정하게 결정한 문제인 만큼 배경과 취지를 직원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돼 이렇게 글을 드린다”며 이같이 적었다.

김 사무총장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 이후 국회와 언론 등에서는 특혜채용 자녀에 대한 사퇴요구와 함께 우리 위원회에 대하여도 즉시 직원 신분을 박탈하는 조치를 취하라는 질책이 끊이지 않았다”며 “그러나 특정인의 신분을 박탈하는 처분은 법의 테두리 내에서 신중하게 이뤄져야 하기에 자체 조사와 법리 검토에 대해 주무부처인 인사혁신처에도 공식적으로 유권해석 요청을 하였고, ‘행정기본법’의 기본원칙과 직권취소 규정 등에 따라 위법 또는 부당한 임용처분을 취소할 수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김 사무총장은 이어 “오랜 검토 끝에 고위직 부모 등의 영향력에 따른 임용이라는 사안의 중대성과 이로 인해 초래될 선거관리에 대한 국민불신 등을 고려하여 사무총장인 저 혼자서 모든 책임을 지기로 하고 일단 특혜채용 당사자 10명에 중 8명에 대한 임용취소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토로했다.
김 사무총장은 특혜채용 관련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용취소 처분을 서두른 이유에 대해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온 6·3 조기 대선을 들었다.
그는 “21대 대통령선거 준비라는 중차대한 임무 앞에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생각했다”며 “촉박한 시일 하에서 선거관리 책무를 다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외부의 차가운 시선을 견디고 조직을 흔드는 바람까지 맞으며 불안한 외줄타기를 하는 것은 우리 위원회 전 직원에게 큰 고통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우리 위원회의 비리척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적어도 대선 30일 이전에 국민들에게 보여줌으로써 불필요한 비난을 잠재울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고 강조했다.
김 사무총장은 그러나 임용취소 처분의 법적 타당성에 대해 큰 고민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저는 33년 이상을 재판에 종사해온 사람으로서 향후 행정소송 등 과정에서 일부 당사자에 대해서는 임용취소처분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종국적인 판단은 법원 등과 같은 공정한 제3기관에 맡겨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김 사무총장은 “저는 법률가이기 전에 선거관리위원회를 대표하는 사무총장으로서 정무적 판단을 해야 한다“며 “제21대 대선을 잘 관리하기 위한 방안을 계속 고민해 보았으나 제 무능함과 무식함으로 인해 부패한 가족회사 이미지를 선결적으로 떨쳐내지 않고서는 그 어떠한 방안도 찾기 어려웠다”고 호소했다.
김 사무총장은 마지막으로 “저 혼자 이번 조치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마음을 먹고 결정하게 된 것임을 알려드린다”며 “직원 여러분이 이런 어려움을 알아주시고 공감해 주신다면 우리는 다시 건강한 조직으로 국민들 앞에 떳떳하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글을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