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전시·교육·체험 기능 대폭 강화해 전관 개관

오대산이 간직한 500년 역사…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전면 개관

조선 왕조는 국가 운영과 왕실 전반에 관한 기록을 남겼다. 나라를 세운 조선 태조(재위 1392∼1398)부터 철종(재위 1849∼1863)에 이르기까지 472년 역사를 담은 ‘조선왕조실록’, 왕실 행사를 상세히 기록한 ‘조선왕조의궤’가 대표적이다. 조선은 실록과 같은 주요 왕실 서적은 여러 권을 찍어 보관했다. 1606년 지금의 강원 평창군 오대산 일대에 들어선 오대산 사고(史庫)는 주요 보관처 중 하나였다. 깊은 산 속에 자리한 사고는 각종 재난으로부터 실록을 지키는 역할을 했다. 오대산이 품었던 조선왕조의 실록·의궤를 위한 공간이 문을 연다.

 

5월 1일 전면개관하는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전경. 국가유산청 제공

국가유산청과 국립고궁박물관은 오대산 사고본(本) 조선왕조실록과 의궤를 소개하는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실록박물관)을 다음 달 1일 전면 개관한다고 30일 밝혔다. 2023년 11월 상설 전시 일부를 선보인 후 약 1년 5개월 만의 전관 개관이다. 실록박물관 관계자는 “기획 전시실과 영상실, 어린이박물관, 교육실·강당 등을 새로 꾸미고 어린이를 위한 체험 공간을 마련하는 등 관람객을 위한 시설을 확충했다”고 설명했다. 박물관은 오대산 사고에 보관돼 있던 국보 실록(정식 명칭은 ‘조선왕조실록 오대산사고본’) 75책, 보물 의궤 82책을 포함해 1200여 점의 유물을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박물관 측은 전관 개관을 기념하는 특별전 ‘오대산사고 가는 길’을 다음달 1일부터 7월 13일까지 연다. 이번 특별전은 실록을 보관했던 오대산사고의 설립과 운영, 쇠퇴의 역사를 조명해 볼 수 있는 40여 점의 유물을 선보인다. 동여도(東輿圖)와 관동명승첩(關東名勝帖) 등 조선시대 지도와 화첩을 통해 오대산사고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인식과 문화를 살펴볼 수 있다. 대표적 전시로는 추사 김정희는 포쇄 이후 강릉 오죽헌에서 ‘심헌록’(尋軒錄)이라는 방명록에 이름을 남겼는데, 이 방명록이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된다. 포쇄는 임진왜란 이후 국가의 중요한 도서를 보관하기 위한 지방의 외사고(外史庫)가 산속 깊은 곳에 자리하게 되면서 습기에 약한 서적 관리를 위해 사관들에 의해 주기적으로 책을 꺼내 바람에 말리는 것을 뜻한다.

 

전관 개관을 기념하는 특별전 ‘오대산사고 가는 길’ 전시장 전경. 국가유산청 제공

2023년 11월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로에 개관한 실록박물관은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반출되었다가 민관의 협력으로 110여 년 만에 환수된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과 조선왕조의궤의 원본을 국민에게 직접 선보이는 전문박물관이다. 정용재 국립고궁박물관장은 “조선왕조실록은 K콘텐츠의 무궁무진한 원천”이라며 “우리의 실록과 의궤를 직접 감상하고 다양한 교육·체험을 즐길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