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러시아 주도의 신흥 경제국 연합체 브릭스(BRICS)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 촉발한 ‘관세전쟁’에 맞서 단합된 전선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브릭스 회원국 11개국은 28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외교장관 회의를 열어 미국 관세 인상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회의는 7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되는 브릭스 정상회의를 앞두고 사전에 조율한 의제를 점검하며 회원국 간 의견을 교환하려는 목표로 마련됐다.
브라질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인도네시아 등 11개 회원국 외교장관 또는 대표단이 참석했다. 마우루 비에이라 브라질 외교부 장관은 “인도주의적 위기, 무력 분쟁, 정치적 불안정, 다자주의의 약화를 겪고 있는 이 시기에 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다자주의가 사방에서 공격받고 있는 이때, 브릭스는 더 강력한 다자주의를 위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50일 이상 가자지구로의 구호물자 반입 봉쇄 조처를 한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외교적 해결책 필요성을 역설했다.
중국 외교사령탑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미국발 관세전쟁을 비판하며 브릭스 국가들이 다자무역을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9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브릭스 외교장관 회의에서 “미국은 오랜 기간 자유무역의 중심에서 많은 이익을 얻었지만 이제는 관세를 조건으로 각국에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브릭스 국가들은 모든 형태의 보호주의에 함께 반대하고, 규칙에 근거하고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무역체제를 단호히 수호하며, 그 핵심가치와 기본원칙을 옹호해 무역 자유화와 편리화를 촉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AFP는 7월 열릴 브릭스 정상회의에서는 회원국들이 ‘달러 패권 도전’을 주요 논의 주제 중 하나로 삼을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자국 통화 결제를 확대하는 가운데 브릭스 회원국은 지난해 정상회의에서 탈(脫)달러화 논의를 가속하는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국가가 새로운 자체 통화나 기존 통화로 달러화를 대체하려는 시도를 포기하지 않으면 해당 국가에는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브라질 언론 오글로부와의 인터뷰에서 브릭스 국가들이 “회원국 간 거래에서 자국 통화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하면서도 브릭스 단일 통화로의 전환에 대한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