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볼리그 여자부 제패 ‘일등공신’ SK 강경민 “통합 2연패 비결, 동료와 찰떡호흡”

김경진 감독 공격적 플레이 주문
전 선수 득점력 빛나 조율 도맡아
이번 시즌 어시스트만 101개 ‘쑥’

“강은혜 쐐기골 패스 때 우승 확신
세계 벽 넘어야 할 책임도 느껴”

“선수들 합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한국 핸드볼 H리그 여자부 SK 슈가글라이더즈 강경민(29)에게 통합 2연패를 이룰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를 뽑아달라고 부탁하자 이 같은 답이 돌아왔다. 강경민은 29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서 “이적 후 두 시즌 모두 통합우승을 차지한 게 가장 기쁘다”고 웃었다. 코트 위에서는 누구보다 활발한 강경민이지만 그는 인터뷰는 쑥스러운 듯 조심조심 말을 이어갔다. 강경민은 “챔피언결정전(3전2승제)을 앞두고 우리는 지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뛰었다”며 “김경진 감독님이 더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라고 주문하셔서 그렇게 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여자 핸드볼 SK 슈가글라이더즈 강경민이 지난 27일 서울 송파구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삼척시청과 H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수비 사이를 공략해 슛을 던지고 있다. 한국핸드볼연맹 제공

2012년 창단한 SK는 상위권에 머물렀지만 챔프전 우승은 2017년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이런 SK는 2023~2024시즌 H리그 출범에 맞춰 광주도시공사에서 강경민을 영입한 뒤 리그를 호령하고 있다. H리그 출범 첫 시즌 18승2무1패를 기록했던 SK는 2024~2025시즌에는 20승1패로 더욱 강력해졌다. 특히 이 시즌 골득실이 리그에서 유일하게 세 자릿수(+142)를 기록할 정도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자랑했다.

 

강경민은 “2023~2024시즌 통합우승을 차지한 뒤 다음 시즌을 준비하면서 ‘더 많이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송)지은이나 (강)은혜 득점력이 올라왔고, 이적한 선수가 없다 보니 뭔가 팀이 안정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시즌 개막 당시를 떠올렸다.

 

모든 선수가 득점을 올릴 수 있게 되다 보니 득점 부분에 대한 강경민 역할은 줄었다. 대신 어시스트를 통해 팀 공격을 조율하는 역할에 집중하게 됐다. H리그 첫 시즌 강경민은 160득점을 몰아쳤지만 두 번째 시즌 득점은 99점으로 적어졌다. 반면 60개에 불과했던 어시스트는 101개로 68% 늘어났다. 강경민은 “선수들과 호흡이 잘 맞은 덕분”이라며 “저와 (유)소정이에게 많았던 기회가 분산되면서 여러 선수에게 득점 기회가 갔다”고 설명했다.

 

SK는 챔프전에서 삼척시청을 상대로 2연승을 거두며 시리즈를 일찍 끝냈다. 지난 27일 열린 챔프전 2차전에서 끈질기게 추격하는 삼척시청에 찬물을 끼얹은 것도 강경민의 어시스트였다. 당시 SK는 경기 종료 1분32초를 남기고 강경민 패스를 받은 피벗 강은혜가 득점에 성공하며 24-21로 달아나는 쐐기골을 터트렸고 결국 24-22로 승리했다. 강경민은 “이 골이 들어간 순간 우승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강경민은 초등학교 3학년 때 공을 갖고 노는 게 재미있어서 핸드볼을 시작했다. 2015~2016시즌에는 광주도시공사 유니폼을 입고 실업무대에 데뷔했다. 이 시즌 강경민은 신인왕을 차지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하지만 부상이 겹치며 강경민은 2018∼2019시즌을 앞두고 돌연 리그를 떠나 고향 인천에서 수영강사로 활동했다. 강경민은 당시를 “재미있었던 핸드볼이 재미있는 느낌이 들지 않았던 시기”라고 돌아봤다.

 

하지만 주변의 설득에 강경민은 1년 뒤인 2019~2020시즌 광주도시공사로 복귀했다. 강경민이 본격적으로 재능을 꽃피우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강경민은 2019~2020시즌 복귀와 함께 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고 2020~2021시즌과 2022~2023시즌에도 MVP 영예를 안았다. 2024 파리올림픽 독일전에서 결승골을 뽑아내며 존재감을 뽐내기도 했다. 강경민은 “이제 핸드볼 경기에 나서는 게 직장에 출근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재미있다기보다 책임감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책임감으로 위기에 빠진 한국 핸드볼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다. 강경민은 “신체조건이 좋은 유럽 선수들에게 우리가 스피드와 기술에서 밀리게 되면서 벽이 생긴 것”이라며 “빠르게 발전하는 일본에도 최근 많이 밀리고 있는데 이제 더 이상 질 수 없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2연패를 이룬 강경민은 잠시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강경민은 “집에서 드라마를 보면서 여유를 갖고 전국체전 등 다음 일정을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