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푸틴에게 고개 숙여”… 바이든, 국정연설서 집중포화 [특파원+]

“내 전임자는 푸틴에게 고개를 숙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워싱턴 연방의회 하원 본회의장에서 열린 임기 세 번째이자 마지막 상·하원 합동 의회 국정연설(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에서 11월 대선에서 맞붙게 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정면 비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각)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임기 마지막 국정연설(연두교서)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지난해 2월 국정연설에서는 국가 부채를 언급하면서 ‘전임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국가 부채를 늘렸다고 언급하면서 단 한 차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소환했다면 이날 연설에서는 연설 중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소환, 비판하는 데 집중하며 사실상 대선을 겨냥한 연설에 가까웠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라는 이름을 언급하지 않고 철저히 ‘전임자’라는 단어만 사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면서 “내 전임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다. 그는 러시아의 지도자에게 머리를 조아렸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유세 중 자신이 과거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을 공격하도록 러시아를 부추기겠다’고 발언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해당 발언에 대해 “터무니없다”면서 “위험하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나토의 창립 회원국”이라며 “(나토는) 민주주의 국가들의 군사동맹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오늘날 우리는 나토를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나토의 32번째 회원국으로 공식 합류한 스웨덴의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가 이날 연설에 참석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울프 총리를 소개하며 나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2020년 대선 결과를 부정하며 2021년 1월6일 의회의사당에 난입한 사태를 거론하며 민주주의가 위기에 놓였다고 말했다.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서 '여유 만만' 표정 짓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그는 “3년 전 1월6일, 미국 민주주의에 비수를 꽂혔다”면서 “우리 모두 두 눈으로 직접 목격했다. 폭도들은 애국자가 아니었다. 그들은 평화로운 권력 이양을 막고 국민을 선동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굳건히 서 있었고 민주주의는 승리했다”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의 전임자와 여기 있는 여러분 중 일부는 1월6일의 진실을 묻어버리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보수 우위’ 미 연방대법원이 2022년 낙태를 합법화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것을 ‘전임자’의 책임으로 돌렸다. 그는 “대부분의 미국인과 마찬가지로 저도 로 대 웨이드 판결이 옳았다고 믿는다”면서 “내 전임자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히는 것을 보겠다고 결심하고 취임했다. 그가 바로 그 판결이 뒤집힌 이유이고 그는 그것을 자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간과 근친상간 생존자들이 필요한 치료를 받기 위해 주를 떠나도록 강요하는 주법이 있다”면서 “이 자리에 있는 많은 분과 내 전임자는 생식권에 대한 국가적 금지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각)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임기 마지막 국정연설(연두교서)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바이든 대통령은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복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연설에 참여한 대법관들을 향해 “여러분 여성은 투표권 또는 정치적 영향력이 없는 것이 아니다”면서 “여러분은 곧 얼마나 많은 투표권과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지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거론하면서 ”바이러스로 인해 미국인 10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고 수백만 명이 고립과 외로움이라는 정신 건강 위기에 처해 있었다”면서 “전임 대통령은 미국 국민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대통령의 의무인 돌봄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