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측근들은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분열적인 극우 정치의 불길을 부채질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사진)은 1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낸 기고문에서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을 작심 비판했다.

칸 시장은 “2019년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처음으로 영국을 국빈 방문했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전략으로 외국인 혐오와 인종차별, 타인을 낙인찍는 배타적 태도를 의도적으로 활용했는지 지적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6년이 흐른 지금도 백악관의 전략은 다르지 않다”며 “소수를 희생양으로 삼고 미국 시민을 불법 추방하고 도시의 거리에 군대를 배치하는 행동은 서구 가치에 어긋날 뿐 아니라 독재자들이 흔히 써온 수법과 다르지 않다”고 날을 세웠다.
칸 시장은 지난 13일 런던 도심에서 극우 운동가 토미 로빈슨이 ‘왕국 통합’이라는 명목으로 연 반(反)이민 집회에 경찰 추산 약 11만명의 지지자가 몰려든 사실도 언급했다. 그는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수도에 몰려들었고 수만명이 평화롭게 행진했지만 일부는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경찰관들을 폭력적으로 공격했다”며 “이러한 장면은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칸 사장은 “정치인을 비롯한 지도자들에게 침묵은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며 “정치, 언론에 대한 불신을 악용하는 반동적인 포퓰리스트와 국수주의자에 맞서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칸 시장은 “영국 정부가 국제 무대에서 실용적인 입장을 취하고 세계 강국 지도자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려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복수심에 불타는 러시아를 마주한 유럽의 안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어느 때보다 불확실하고 미국의 관세 위협도 상존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아닌 우크라이나를 지지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고 세계 무역을 분열시키는 관세 전쟁을 중단하도록 촉구한다”며 “아울러 노골적이고 반복적인 이스라엘의 국제법 위반을 종식시킬 유일한 권한을 가진 그가 훨씬 많은 조치를 취하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칸 시장은 또 “트럼프 대통령과 지지자들은 런던 폄하를 중단해야 한다”며 “런던은 개방적이고 역동적이며 살인율 측면에서 미국 어느 주보다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칸 시장은 무슬림 이민 가정 출신으로 사상 첫 3선에 성공하며 런던의 다양성을 상징하는 인물로 자리 잡았다. 그는 런던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시행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무슬림 입국 금지 정책을 강하게 문제 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