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의 한 갯벌에서 영흥파출소 소속 해양경찰관 이재석(34) 경사가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그는 대학에서 경찰행정학을 공부하며 해경의 꿈을 키웠던 청춘이었다. 해병대를 만기 전역하고 2021년 7월 그렇게 바랐던 해경 순경으로 임용됐다.
지난 11일 이 경사에게 돌이킬 수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구조자에게 본인 구명조끼를 건네고 실종돼 6시간 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것이다. 늘 밝고 성실한 태도로 주위 신망을 받으며 매일이 순탄했던 ‘바다지킴이’는 15일 영면에 들었다.

동료들의 오열을 지켜보면서 이 경사를 살릴 수도 있었던 결정적 세 가지 장면을 떠올렸다. 첫째, 파출소의 ‘2인 1조 출동 규칙’ 위반. 해양경찰청 훈령은 파출소 근무자가 현장에 출동할 땐 2명 이상이 함께 나가도록 했다. 하지만 이 경사는 홀로 순찰차를 몰고 이동했다. 동료 4명은 당직팀장 지시로 전날 오후 9시부터 당일 오전 3시까지 6시간째 휴게 중이었다. ‘야간 3시간 이내 사용 가능하다’는 규정도 어겼다.
둘째, ‘상황실 늑장 보고’. 사건·사고 시 경찰관이 출동할 경우 상급기관에 곧장 알려야 한다. 추가 피해 가능성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파출소 측이 인천해경서나 중부해경청에 알린 건 이 경사의 마지막 모습이 드론에 포착되고 3분이 흐른 11일 오전 3시30분이다. 최초 신고 접수 80여분 만이다.
셋째, 구조 장비 ‘동력 서프보드’(모터가 장착된 보드) 투입에 걸린 40여분. 당시 민간 드론 순찰업체가 “이 경사의 위치를 놓쳤다”고 전달한 시점부터 촌각을 다투는 상황이 벌어졌지만 파출소 측이 구조 장비를 활용하기까지는 38분이나 소요됐다. 한 해경은 “(동력 서프보드가 보관돼 있는 순찰차) 예비키를 잘 못 찾겠다”고 허둥대기도 했다.
이 경사가 숨지기 직전 상황을 떠올려본다. 이 경사는 순식간에 차오르는 바닷물과 30분 넘게 사투를 벌였다. 해경 당국이 2인 1조 출동, 상황실 즉시 보고, 구조 대비태세 철저 등 기본만 지켰더라면 든든한 바다지킴이라는 이 경사의 오랜 꿈은 현재진행중일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