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노예 역사 지우기’에 나서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15일(현지시간) 당국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전국 국립공원에 있는 노예제 관련 표지판과 전시물 등을 철거하도록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국립공원관리청(NPS)의 관할 부처인 내무부에 ‘역사적인 미국인을 폄하하는 부패적 이념을 반영한 각종 정보를 제거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정부가 철거를 결정한 대상에는 웨스트버지니아주 하퍼스 페리 국립역사공원의 전시물도 들어갔다. 하퍼스페리 국립역사공원은 1859년 노예제 폐지론자인 존 브라운이 이끄는 무장세력이 봉기한 사건을 기념해 조성했다.
한 국립공원에서는 ‘채찍질 당한 등(The Scourged Back)’이라는 유명한 사진도 철거하기로 했다. 1863년 촬영된 해당 사진은 피터 고든이라는 노예 출신 흑인이 주인에게 당한 채찍의 상처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이 사진은 미국 북부 지역 주민들에게 충격을 가져다줬고 남북 전쟁 승리 결의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
보든 칼리지 미술관에서 사진 역사를 연구하는 앤 크로스는 WP에 “당시 이 사진이 널리 유포되면서 북부 지역 주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며 “피터 고든 같은 노예들의 몸은 그들이 직접 눈으로 본 적 없는 현실을 드러냈으며, 남부 연합을 패배시키고 연방을 보존해야 한다는 식으로 정치적 견해를 바꾸게 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공원 방문객을 대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는 전시물을 신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정부를 비판할 뿐 오히려 공원과 관련해서는 칭찬하는 내용이 다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3월 행정명령에서 독립기념선언서가 서명된 필라델피아 국립역사공원을 ‘해로운 이데올로기(이념)’의 표본으로 지목했다. 공원에는 조지 워싱턴 미국 초대 대통령이 워싱턴이 수도가 되기 전 대통령으로 재임할 당시 노예를 두고 있었던 대통령 집 부지가 포함돼 있다.
2023년까지 15년 동안 국립역사공원 국장을 역임한 신디 멕레오드는 “대통령 집 부지에서 노예 관련 자료를 없애려는 시도는 관저 유적지의 본질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며 “이는 국립역사공원의 수많은 전시 중 하나일 뿐이고 제게는 가장 중요한 전시”라고 강조했다.